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99(있는 그대로의 나)
2019년 1월부터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저 노력, 의지 탓을 하면서 스스로를 미워했던 내가 약물치료를 통해 공부를 오래 할 수 있게 됐다.
공부뿐 만 아니라 일상생활(청소,요리, 생산적인 계획)도 많이 나아졌다.
ADHD 약물치료를 통해 내 삶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명백하다.
물론 ADHD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받은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손익을 따져봤을 때 압도적으로 <익>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약물치료를 떠나서 <나는 누구인가?> <ADHD는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등등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꽤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던 시간도 있었다.
특히 <ADHD의 유전성>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ADHD는 내 잘못이 아니다.
흡연으로 인한 폐질환, 술로 인한 간질환처럼 나의 부주의로 생긴 병이 아니라
유전성이 강한 ADHD는 나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점점 안좋게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나보니 내가 ADHD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ADHD 약물치료는 완전한 치료가 아닌 증상완화만 가능한 것도 아직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들긴 하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꽤 했었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자아정체성은 최근에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다름아닌 얼마전에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원에서 알던 여성분이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연락을 자주해왔다.
'혹시 나를 좋아하나?'라고 어느정도 눈치는 챘지만 도끼병일 수도 있으니 일상적인 리액션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나를 불러서
<저는 오빠 좋아하는데 오빠는 저 어떻게 생각해요?> 라고 고백아닌 고백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어 진짜? 내가 어디가 좋은데?>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키가 큰 것도 좋고..>
- 웃긴게.. 난 177cm이다. 큰 키 맞나?
<피부가 하얀것도 좋고>
- 이건 ㅇㅈ
<말 잘해서 좋아요. 유머러스 하고>
- 이것도 ㅇㅈ
+ 위 3개 요소는 모두 타고난 것이다. 내 노력은 없다.
결국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연애를 시작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나아진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줘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그동안 스스로의 정체성을 <ADHD 환자>에 한정지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여자친구의 고백을 통해 적당히 큰 키(?), 말 잘하는 것, 피부가 하얀 것도 내가 노력한게 아니라
그냥 타고난 것들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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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