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06(고정)

Nomadic-Basil 2021. 6. 2. 14:50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 미생

 

 

 

 

대학교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ADHD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DHD 약물의 효과는 나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킨 것은 확실하다.

 

 

다만 요즘들어 ADHD 약물효과의 장점을 절반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과

 

진로에 대한 고민 등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먼저, 내가 느끼는 대표적인 약효들은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에너자이징(?)이다.

 

 

뭔가 심플하게 설명할 단어가 <에너자이징>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비슷하게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드는 긍정의 에너지>로 말할 수 있겠다.

 

아마도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도파민 농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에너자이징한 약효가 들면 오늘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샘솟는다.

 

성격이 조금 더 활발해지고 과감해지고, 건설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야하나?

 

자존감, 자신감이 뿜뿜 상승하는 느낌이다.

 

 

 

 

 

 

두번째는 행동력이다.

 

 

약물복용 이전에 힘들었던 빨래나 방청소같은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척척 해내기 시작한다.

 

잡스러운 일말고도

 

주식투자에서 해당 종목에 확신이 든다면 리스크 테이킹 마인드가 샘솟아서 야수의 심장(?)으로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 매매한다.

 

그만큼 고민의 길이가 짧고 추진력있게 원래 내가 생각했던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다.

(실제로 휴약을 한 상태와 약물 복용을 한 상태에서의 주식투자 수익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수익이 높다)

 

또 티스토리 블로그가 있다.

 

만약 내가 ADHD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은 커녕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블로그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만 하다가 절대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세번째는 지속력이다.

 

 

아마 공무원 시험을 붙게 해준 주된 약효가 아닐까 싶다.

 

약물 복용 이전의 나는 주의산만함이 심한 ADHD이기에 뭔가 한가지를 진득하게 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처럼 보여도 온갖 잡스러운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휘감아서 생각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진 상태였다.

 

그래서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PPT를 만들 때, 책을 보며 공부를 할 때 등 한 자리에서 지속력을 요구하는 일은 나에게 매우 힘든일 이었다.

 

실제로 8시간을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순 공부시간이 2시간도 안됐을 정도로 공부할 의지는 있지만 지속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약물 복용을 통해 (집중)지속력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공무원 공부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좋고 약효가 잘 받는 날이면 한 타임에 2시간 정도 몰입해서 공부할 수 있었고 심지어 그 공부의 과정이 제법 재밌기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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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를 제대로 느끼고 백수이자 취준생이었던 내가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공무원>이었다.

 

사기업에서 몇 번 탈락을 경험하다보니 면접의 불확실함이 아닌

 

점수로만 승부보는 직업군을 찾았고 그것이 공무원이었다.

 

그 중 비교적 다른 직렬에 비해 단기합격이 가능한 <경찰공무원>을 택하게 됐다.

 

숭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투철한 경찰이라고는 스스로 떳떳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경찰공무원에 최종합격 했을 때, 

 

내가 기뻐했던 이유는 <단순히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라

 

ADHD 환자인 내가 약물복용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때문에 기뻤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공무원 시험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더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나의 잠재력을 재발견하면서 느낀 희망찬 기쁨이기도 했다.

 

어쩌면 수험공부는 목표가 아닌 나를 증명하고 싶은 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

 

인간의 삶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기에 작은 우주라고 표현하던데

 

나의 삶은 <경찰공무원>이라는 틀에 단단히 묶여서 나의 삶은 <고정>됐다는 생각에 일종의 답답함을 느낀다.

 

 

무슨 말이냐면, 굳이 공무원뿐 만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원도 그러겠지만

 

회사가 정해준 업무 매뉴얼대로 일을 처리하고 고정된 틀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이 나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듯 하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경직된 사회에는 염증을 느끼고..." - ENTP

 

 

 

ENTP의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어쩌면 경찰이란 직업이 상극일지도 모르겠다. 

 

경찰조직의 특성상 위계질서가 명확하기에 정해진 틀의 구분이 너무나 명확하다.

 

그것이 업무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나만의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ADHD 약물 복용을 통해 건설적인 생각, 추진력, 생각의 파편들이 정갈하게 모여져서 생기는 창의적인 생각 등

 

나의 자유분방한 성향과 약물이 만나 잠재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을 알기에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조직 특유의 경직된 울타리에 갇혀버린 느낌이다.

 

 

 

내가 주인이 돼서 작은 가게도 운영해보고 싶고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창의적인 컨텐츠도 만들어보고 싶고

 

정갈하게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책도 출간해보고 싶고

 

요즘 유행한다는 스마트 스토어 사업자 등록을 해서 아이템을 발굴해서 팔아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중구난방이지만

 

 

요약하자면,

 

누군가 정해준 틀이 아닌

 

나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추진력 있게 내 힘으로 기획을 하고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일반 사기업에 취업했다면 여가시간을 활용해 이것저것 부업으로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공무원이다보니 겸직조항에 걸려서 도전조차 하기가 힘들다.

 

 

 

렇다고 임용된지 한달 도 안된 신입공무원인 내가 과감하게 퇴직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나에게 그럴 배짱이나 있을까?

 

지금의 이 도전적인 생각이 용기가 아닌 그저 객기에 불과한 걸까? 

 

 

반대로,

 

 

도전조차 하지 않고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에 미련을 가져서 오랫동안 근무한다면, 

 

<나답게> 살지 못한 지난 날들의 삶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

 

먼 미래의 나는 '그때.. 젊을 때.. 과감하게 도전해볼걸..'라고 후회할까?

 

 

 

그나마 절충안이자 지금의 방식인 경찰 일은 유지 하되,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빠르면 5년, 길면 10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이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FIRE 도전기]를 실행 중 이지만

 

 

절충안도 결국은 나와 맞지 않은 일을 5~10년은 해야 하는 건데..

 

이 짧지 않은 기간, 어쩌면 나의 30대의 전부가 될 시간이 과연 행복할까?

 

 

이러한 고민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철없었던 사회초년생의 몽상>에 불과한 걸까?

 

 

 

 

 

 

요즘 공무원을 그만 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본다.

 

그분들도 역시 나처럼 자유분방한 사람들이라 경직되고 보수적인 공직사회를 떠나

 

자신의 취미를 업으로 삼거나, 창업을 하는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공무원을 그만둔 것에 후회하며 다시 공시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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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