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19] 나는 반드시 죽는다.

Nomadic-Basil 2021. 7. 21. 01:12

 

가끔씩 경찰공무원을 그만 둔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고는 한다.

 

정년까지 다닐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어쩌면 내 미래일 수 있으니까..

 

 

경찰을 그만 둔 사람들은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대근무였다.

 

교대근무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요즘따라 확연하게 체감한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내몸이 내몸이 아닌 느낌, 수명이 준다는 느낌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죽어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더 빨리>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교대근무를 하면서 겪는 경험들은 다음과 같다.

 

 

 

코피

 

 

한창 공부를 열심히 했던 수험생 시절에도, 나는 코피 한번을 흘린 적이 없었다.

 

독서실에 10시간씩 있는다해도 결국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자는 패턴이어서 그런가?...

 

반대로 얼마전 야간근무 때 뜬금없이 코피가 흘렀다.

 

코피가 줄줄 흐르는 정도는 아니였고 몇방울 정도 나오는 수준이었지만,

 

꽤나 불쾌한 경험이었다.

 

재수할 때, 수험공부를 할 때도 흘리지 않았던 코피가 나니까..

 

그 원인이 교대근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코피를 흘릴 때 '이래서 사람들이 지구대/파출소를 기피하고, 이악물고 내근직 가려고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흰 머리

 

 

요즘따라 흰머리가 많이 보인다.

 

이 역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재수생시절이나 공무원 수험생 시절을 돌이켜봐도 흰머리가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았다.

 

요즘들어 거울을 보면 흰머리가 예전보다 많아 진 것이 느껴진다.

 

뭐, 곧 서른에 접어드는 나이라서...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 아닐까?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그래도 몇달 사이에 흰머리가 많아지니

 

교대근무로 인한 노화(?)현상이 더 빨리 온게 아닐까 의심이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듯 하다. 

 

 

 

 

혀가 꼬인다

 

 

나는 제법 논리적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편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바실이 혓바닥은 알아준다", "입담이 좋다" 등 칭찬을 자주 듣는 편이다.

 

나름 말을 잘하는 것으로 느껴왔던 내가, 최근들어 혀가 꼬이고 말을 유창하게 못하고 버벅인다.

 

마치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CPU 성능(뇌 성능)이 저하된 느낌이다.

 

분명히 잠을 푹 잤는데도,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다.

 

 

 

 

운동 퍼포먼스 저하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을 자주 못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간 날때면 공원에 가서 철봉이나 평행봉으로 운동을 한다.

 

예전에는 턱걸이를 한번 하기 시작하면 6~7세트는 무난하게 했는데

 

요즘따라 3세트만 해도 힘이 더이상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한번 운동하면 40분에서 1시간은 지치지 않고 했는데

 

요즘은 20분 정도만 해도 벌써 체력이 고갈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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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교대근무가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회의적으로 표현하자면 "죽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에 철학책에서 읽었던 문구가 떠오른다

 

 

그 문구는 바로 <나는 반드시 죽는다> 이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은 마치 평생 살 것처럼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타성에 젖어, 남들이 시키는대로 기계처럼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언젠가 죽는다는 "죽음"이라는 담론을 이해한다면

 

현재의 삶이 더욱 생산적으로, 후회없이, 열정적으로,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죽음"에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현재 버킷리스트인 <경제적 자유를 향한 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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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일기 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