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21] 경찰기동대 발령(Feat. 경찰 그만두고 뭐하지?)

Nomadic-Basil 2022. 2. 16. 22:33

 

 

일주일 전에 2022년 상반기 인사가 있었어.

 

경찰기동대로 발령이 났고 9개월 동안 애증섞인 파출소에서 짐을 싸고 나와서

 

지금 경찰기동대에서 일하고 있어.

 

아 기동대가 뭔지 잘 모르나?

 

흔히 뉴스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폴리스라인 치고 서 있는 경찰관들 있지?

 

아니면 대사관 앞에서 서서 경비업무를 하고 있는 형광점퍼를 입은 경찰들.. 

 

그래! 그 사람들이 바로 기동대 경찰들이야!

 

쉽게 말해서 시위관련 업무나, 중요시설 경비 업무를 하는 곳이야. 뉴스에 자주 나오니까 뭔지 느낌이 확 오지?

 

불규칙한 근무 패턴에 사무실도 없고, 20~30명되는 남자들끼리 좁은 경찰버스에서 같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더운날 추운날 가릴거 없이 야외에서 주로 근무를 서다보니 대부분 기동대에서 근무하기 싫어해.

 

물론 기동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긴 해. 그냥 여기서 서서 근무(속칭 뻗치기)하라 그러면 멍하게 서 있다가 시간되면 서로 교대해주고, 방패들고 서있으라 그러면 하염없이 시간 죽이면서 서있으면 돼.

 

불규칙한 업무패턴만 체질에 맞으면 정신적인 업무스트레스는 없으니까,

 

지구대/파출소처럼 술에 취한 주취자 상대 안하지, 사건처리 하다가 민원 맞을리는 거의 없으니까.

 

몸은 조금 고달파도 머리는 맑지.

 

 

하지만 몸으로 때우는 기동대 특성상 대부분은 기동대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순번을 정해서 강제로 차출해서 발령을 내는 편이지.

 

게다가 의경제도 없어진 거 들어봤지? 원래 의경들이 대부분 기동대 업무를 대신 하고는 했는데, 의경이 없어지니 경찰 직원으로 대체되고 순번이 매우 빨리 도는 편이야.

 

그래서 갓 입직한 순경들은 파출소 생활한지 1년 전후로 기동대로 끌려가는 편이지.

 

그렇게 나는 기동대로 오게 된거야.

 

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나는 파출소에서 옛날식 군대마인드를 가진 괴팍한 선배가 있어서 참으로 힘들었다고.

 

다행히 새로운 근무지인 기동대는 사람들은 좋아. 

 

대부분 경찰에 입직한지 2~3년 미만인 순경, 경장이 대다수라서 그런지 공감대랄까?

 

세대차이도 없고 순경, 경장끼리는 군대식 마인드도 대부분 없어. 

 

 

선후배라는 호칭보다는 형 동생 하면서 으쌰으쌰 재밌게 지내는 느낌이야.

 

그래도 엄밀히 계급이 있는 직장이니 군대느낌 한스푼 정도 들어간 대학교 다니는 것 같아.

 

 

 

당연히 지랄맞던 선배가 있던 파출소에 비하면 기동대가 훨씬 만족감은 높아. 

 

그런데 경찰로 일하고 부터 줄곧 느꼈던 내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전혀 없어지지 않더라고.

 

처음에 내가 느끼는 이질감이 파출소에 있는 괴팍한 선배때문에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지금은 파출소에서 벗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아주 불편해.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야.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경찰이란 직업은 나에게는 꽤나 맞지 않는 다는 것이지.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나는 어떤 조직에 속해서 일하는 게 안맞는 거 같아.

 

왜냐하면 나는 자유를 절대적으로 중요시 여기거든?

 

그만큼 맨땅에 헤딩을 해도 좋아. 돈을 조금 못벌어도 돼.

 

대신 내가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어.

 

그만큼 나는 독립적이고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인데 어떤 조직에 속해서 메뉴얼 대로,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은 나에게는 상극인 것 같아.

 

저번에 말했나? 나는 ENTP 라서 더욱 그런거 같어. 

 

하물며, 관료제 성향이 짙고 보수적인 경찰이란 조직은 나에게 오죽하겠어?

 

처음에는 세무사, 노무사같은 전문직 공부도 생각해봤어.

 

그런데 이 역시도 전업 수험생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빠르면 2~3년 걸리는데 엄두가 안나더라고.

 

게다가 붙고나서 법인에서 일하면 결국 나는 어떤 조직에 속해서 메뉴얼과 지시대로

 

수동적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개업을 해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은 머나먼 나중일이니까.

 

 

결국은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어.

 

바로 야전에서 현장에서 구르고 싶어.

 

 

안정적인 공무원 신분과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은 나에게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져.

 

나도 알어. 사회생활 하는 상당수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다들 먹고 살려고,

 

어쩔수 없이 적응하며 산다는거.

 

나도 내가 철이 없는 몽상가인지, 건설적인 생각을 하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인지는 모르겠어.

 

 

 

지금 당장 경찰을 그만 두겠다는 건 아니야.

 

다만 늦어도 10년, 빠르면 5년안에는 그만 둘 생각은 있어.

 

 

지금으로서는 여러모로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어.

 

 

 

 

 

 

1. 기술

 

 

열현남아

스펙은 없어도 기회는 있습니다. 기술자 인터뷰 출연 · 비즈니스 문의 : lch2839@naver.com

www.youtube.com

 

 

첫번째는 기술이야. 열현남아라는 유튜브를 보면서 기술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중이야.

 

기술은 흔히 말하는 노가다랑은 거리가 멀어, 벽돌 나르고 자재 옮기는 단순 노동을 의미하는게 아니야.

 

기술은 참 다양해. 타일시공, 인테리어필름, 목수, 도배 등 다양하게 있어.

 

사람들은 흔히 먼지가 범벅된 기술자들을 은근히 하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는 큰 오해더라고.

 

그들은 전문직이었어.

 

초반에는 기술 익히기가 힘들지만, 기술자가 되면 돈도 잘 벌고 독립적으로 일 할 수 있어.

 

짧으면 1년, 조금 길다면 2~3년 안에 기술을 배우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대신에 초반에 일을 배우는 과정이 힘들어 보이긴 해.

 

철저히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워야 하니, 흔히 팀의 리더인 오야지를 잘 만나야 되니까.

 

그래도 은근 블루오션인게 20~30대는 기술직에 대한 편견 때문에 대부분 진입을 안한다더라고.

 

사회의 편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오야지를 만나서 인정받고 일을 배울 수 있다면

 

기술자가 되서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잖아.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충분히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나의 성향하고도 잘 맞고 말이지.

 

 

 

 

 

2. 장사

 

 

장사의 신

godsin8484@gmail.com

www.youtube.com

 

 

두번째는 장사야.

 

'장사의 신' 이라는 유튜브를 보고 요즘 장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

 

후참잘[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알어? 그거를 프랜차이즈화 시킨 창업주가 유튜버야.

 

지금은 후참잘을 매각했고 200억이었나? 아무튼 수백억 자산가라서 돈에 대해 큰 욕심이 없대.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유튜브 버전으로 영상을 올리는데 진짜 재밌어.

 

자기가 치열하게 장사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멘토링 해주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됐어.

 

개그톤이 약간 하정우 느낌이야. 완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독자 수 팍팍 느는 걸로 봐서는 조만간 100만 구독자 금방 찍을 것 같아.

 

음.. 장사 역시 일단 자기가 사장이 돼서 주체적으로 일을 하니까 나에게는 매력적이더라고.

 

내가 한 가게의 주인이 돼서 장사를 한다는 미래를 잠시 생각해봤는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설레더라.

 

역시 나는 독립적으로 일해야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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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까지는 경찰을 그만두게 된다면 기술이랑 장사가 떠올랐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

 

물론 이렇게 말만 해놓고 경찰 일을 정년까지 할지도 모르지. 인생은 모르니까.

 

경찰수험생들이 나의 블로그를 많이 찾아오던데.. 이 글을 읽고 초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경찰은 충분히 가치있는 직업이라 생각해. 이 생각은 변함이 없어.

 

대신에 그냥 경찰 일이 나랑 맞지 않은 것 뿐이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는 말아줘.

 

 

아 맞다. 그리고 경찰 수험생은 아래의 블로그를 한번 봐봐.

 

신임경찰이신 분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시거든

 

[90년대생 경찰일기]라는 책도 출판하셨더라고. 

 

90년대생의 신임경찰 감성이 잘 드러난 블로그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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