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일기 26] 야간근무 마치고 1000m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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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아침 9시쯤 도착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긴장이 풀리면서 미친듯한 피곤이 온다.
더불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 나의 몸을 휘젓는다.
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 내 삶의 끝이 앞당겨진다는 느낌.. 너무 싫다.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밤새 술 먹으면서 첫차 타고 집에 갈때 몰려오는 그 피곤함과는 결이 다른 피곤함이다.
일하면서 밤새는 것은 생각보다 꽤 고단하다.
얼른 씻고 침대에 편하게 눕는다.
바로 씻지 않고 침대에 누워버리면 그대로 기절하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씻어야 한다.
사실 다 내려놓고 푹 자면 저녁 6~7시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밤에 제대로 잘 수 없기에 이악물고 오후 2시에 일어난다.
역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몽롱하다.
점심 밥을 좀 먹고 넷플릭스를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 6시가 됐다.
중앙경찰학교 시절 때, 어느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여러분, 경찰 현직으로 일 하면 운동할 시간이 정말 없어요. 낮밤이 계속 바뀌니까 쉬는날은 여가시간이 아니고 그냥 자는시간이죠. 그런데 운동만큼은 시간내서 꼭 해야돼요.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려면 운동을 꼭 해야돼요. 그만큼 건강관리 꼭 신경쓰세요"
하긴, 내가 몸 컨디션이 가장 좋았을 때는 수험생 시절이었다.
그때 몸무게는 75kg에 체지방 12~13% 정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몸무게는 빠지고 체지방은 늘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무게도 확 줄었다.
쉬는 날 거의 잠만 자다보니 어쩔 수 없나 싶다.
뭐 아무튼 저녁에 근처 트랙에 가서 달리기를 했다.
시험 스트레스만 빼면 야간근무 없지, 부모님이 용돈주지, 밥주지, 누가 터치하는 사람 하나 없는
꽤나 괜찮은 워라밸이 보장됐던 수험생(?) 시절을 회상하며 1000m 달리기를 해봤다.
지금은 체력시험 종목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응시했을때만 해도 체력시험 중
1000m 달리기가 있었고 꽤나 악명높은 종목이었다.
윗몸일으키기나, 악력, 푸쉬업은 해당 종목을 하게 되면 엄청 몸이 힘들다거나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1000m 만점 커트라인이 3분 50초인데 이게 꽤나 고통스럽다.
특히 600~700m 쯤에서 몸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사점(dead point)가 찾아오는데 이때 드는 생각은
'ㅅㅂ! 지금 죽을 거 같은데 300m를 더 뛰어야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오랜만에 운동도 하고 수험생 감성을 회상하고자 저녁에 각 잡고 1000m 달리기를 해봤다.
700m 쯤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점이 너무나 힘들었다.
몸이 찌릿거리고 심장이 터질것 같다.
실제 시험도 아닌데 왠지 모를 승부욕(?)이 생겨서 한번 죽는다 생각하고 달렸다.
이악물고 "으아~~~~" 소리치면서 소위 팔치기라고 불리우는 달리기 잡기술도 하면서 최대한 달렸다.
신기하게 만점이 나왔다.
왠지 모를 성취감이 찾아왔다.
달리기 끝나자마자 운동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몸이 너무 힘들고 숨이 헐떡거리지만 해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운동한 경험이 오랜만이라 마치 수험생로 돌아간 것 같다.
수험생 때는 경찰에 붙기만 하면 행복한 삶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직이 되니 그만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있는 듯 싶고, 수험생 시절이 행복한거였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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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