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29] 중앙경찰학교 - 지구대/파출소 - 기동대

Nomadic-Basil 2022. 8. 13. 23:50

경찰들의 애환을 담아낸 현실적인 드라마 [라이브]

 

 

중앙경찰학교 4개월

 

지구대/파출소 10개월

 

기동대에서 6개월 

 

내가 경험한 경찰 생활의 전부다. 

 

당연히 경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극히 일부분만을 경험한 햇병아리 순경이지만 위 3가지 부서를 근무하면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 재미난 일들, 그리고 느낀점들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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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찰학교

 

 

- 현실적인 경찰 생활을 담아낸 드라마 [라이브] 이지만 그나마 드라마의 오점을 찾는다면 바로 중앙경찰학교의 오양촌 교수 캐릭터이다. 이런 교수님은 없었다. 물론 엄청 예전에는 이런 엄한 교수캐릭터들이 다수였을지 몰라도 내가 경험한 중앙경찰학교에서는 이런 교수님은 없었다. 대부분 교육생들에게 후배라고 불러주며 친절하고 상냥한 편이다. 물론 과목을 가르치는 교과교수에 한정된 얘기이고, 생활지도교수(=기숙사 사감)들은 학생들이 너무 해이해지면 안되기에 다소 카리스마를 풍기면서 큰소리 몇번을 쳤던 것 같다. 

 

- 몇몇 교수들은 경찰과 군대를 비교하는 것을 꽤 싫어했다. 그 기저에는 아무리 경찰이 보수적인 집단일지라도 꽉 막힌 군대랑 비교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마음이 깔려 있는 듯 보였다. 쉽게 말하면 '아무리 그래도 경찰이 군대보다는 낫지'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다. 생활실에서 간식을 못먹게 하는 것, 저녁 점호때 생활관 사물함을 뒤적거리며 교육생들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 이동 중에 제식에 맞춰 팔을 높이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내키는 교수들을 보면 '도대체 군대랑 뭐가 다른데?'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군대랑 비교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교육 분위기는 군대랑 크게 다르지 않달까? 물론 일반화는 아니며 소수의 몇몇 교수들은 군대랑 비슷하게 교육생들을 대한 것에 대한 나의 경험이다.

 

 

 

 

- 중앙경찰학교에는 낭만이 있다. 적게는 몇개월 길게는 수년동안의 수험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소개팅, 미팅을 엄청한다. 물론 경찰학교 특성상 남초성향이 짙기에 남경들은 어지간한 매력이 없으면 소개팅은 대부분 새드앤딩으로 끝난다. 이성친구가 있는 교육생들도 커플링을 빼놓고 소개팅, 미팅을 엄청한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다들 엄청 전투적이다. 내가 본 최고의 전투맨은 외적으로 잘생긴 형이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중경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교육생 2명과 동시에 썸? 유사연애를 만끽한 형이다. 주변에서는 여자친구가 3명이라면서 쓰레기라며 장난으로 놀리기도 했는데 다들 내심 속으로는 부러워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도 부러웠다.

 

- 수업이 끝난 후 저녁에 학교 으슥한 곳을 돌아다녀보면 중경 커플들끼리 손잡고 있는 것은 꽤 흔하게 볼 수 있고 엄청 으슥한 곳에 가면 커플들끼리 진한 키스를 하는 것을 가끔씩 목격할 수 있다. 짓궂은 동기는 "우와 키스한다!!!!!!!" 라고 소리치면서 깽판을 치며 도망간다. 그 당시 옆에 나도 엄청 웃으며 같이 도망갔던 기억이 있다.

 

- 나도 소개팅을 2번했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내가 좋아했던 분은 나를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나를 좋아해주셨던 분은 내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나에게 호감을 표시해주셨던 분은 약간 '집착'이라고 느낄 정도로 적극적으로 좋아해주셨는데 어느순간 좀 무서웠다. 학교 멀리서 그 분이 보이면 내가 피해서 가고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뭐.. 그렇게 서로 호감의 짝대기는 엇갈리며 나의 중경 소개팅은 새드앤딩으로 끝났다.

 

 

 

 

지구대/파출소

 

 

- 드라마 라이브의 이시언 캐릭터가 나의 사수 캐릭터와 거의 일치한다. 사명감으로 완전 무장한 경찰이라기 보다는 일에 치인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실습생 시절 나에게 "빨리 경찰을 떠나라, 머리 잘돌아갈 때 얼른 이직해라, 이 회사는 빨리 떠나는게 현명한 거다." 라며 극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매번 피곤에 찌든 모습, 매사에 투덜대는 모습이 일상이었지만 나쁜 사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 같이 순찰차를 타며 사수가 해줬던 조언이 아직도 인상 깊다. "바실 순경, 경찰학교 생활 어땠어? 나는 경찰학교 들어갈 때부터 기분이 엿같았어. 뭐?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중앙경찰학교 슬로건) 좆까라 그래. 조국이 뭘 도와줘. 여기는 말이야 사건 터지면 아무도 보호 안해준다. 각자도생이야! 이 말을 하는 나조차도 믿지마! 사수? 그런게 어딨어 그냥 같이 일하는거야. 나 너무 믿지말고 실습기간 동안 너 스스로 판단력을 길러봐 알겠지?"

 

 

 

- 모두가 헌신적인 독립운동가일 수 없고 모두가 윤봉길이 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다만 이 분에게 꽤나 많은 것을 옆에서 보고 배웠다. 이 분은 일 하는 것 만큼은 프로였다.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깔끔하게 처리하는 건지, 뒤탈 없이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장경찰관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오래 일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누구는 나의 사수가 보신주의에 찌든 공무원의 모습이라 욕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매우 현실적인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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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대

 

 

 

- 6개월간 기동대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은 딱 다음과 같다.

 

- '순경들의 무덤'이다.

 

- 혈기왕성하고 사명감 넘치는 신임 순경시절 모두들 기동대에 의무복무를 해야한다. 대부분 지구대/파출소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면 기동대에 끌려오게 된다. 원해서 온 부서도 아니고 딱히 업무적인 성취감을 느끼는 부서는 아니라는 것이 순경들 대다수의 여론이다. 

 

- 지구대/파출소는 일을 배워가는 재미, 현장의 다이나믹함을 마주할 수 있고 2인 1조로 사건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정도 자율성이 보장이 되고 사건을 올바르게 처리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현장감이 있다. 하지만 기동대는 과장 조금 보태서 가만히 서있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 물론 기동대 지휘관은 어떻게 기동대원들을 배치할지, 상황이 터지면 어떻게 지시할지 업무적인 고민을 하겠지만 지시를 받는 일반 기동대원의 입장은 그저 여기서 서 있으라 그러면 서 있고 막으라 그러면 막는 것이다. 업무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 본인만 스트레스다. 그냥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 안된다. 까라면 까고 하라고 하면 하는 것이다. 의경이랑 하는 일이 99% 일치한다.

 

- 물론 장점도 있다. 대부분 나이또래 비슷한 순경들이니 힘든 근무를 하다가도 격 없이 사이좋게 담배도 같이 피고 술도 같이 마시며 애환을 나눈다. 같이 경찰버스에서 침 흘리면서 자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원 없이 수다를 떨기도 한다. 서로 의지하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는 꽤나 매력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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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험을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포스팅해봤다.

 

나중에 생각나면 또 포스팅으로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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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일기 29 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