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도전기/FIRE 도전기 (경제적 자유)

[FIRE 도전기 16]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

Nomadic-Basil 2022. 8. 28. 08:50

 

 

요즘따라 경제적 자유를 쟁취해 노동없이 온전히 나의 삶을 영위하는 파이어족을 간절히 꿈꾼다.

 

이전보다 더욱 간절히 원한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취미가 주된 삶,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삶

 

아침마다 조깅을 여유롭게 즐기고 점심에는 독서도 마음편히 할 수 있고 저녁에는 테니스, 골프, 수영, 요리 등 다양한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취미와 자기계발이 주된 삶을 원한다.

 

파이어족은 엄밀히 말하면 부자랑은 거리가 꽤 있다.

 

누군가는 월 200만원을 노동소득 없이 시스템만으로 현금흐름을 만들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월 300, 누군가는 월 400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월 300정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면 충분히 파이어를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어차피 결혼 생각도 크게 없고 혼자 300만원으로 충분히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파이어족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은 다름아닌 현재 최근에 겪은 몇가지 에피소드 덕분이다.

 

몇가지 에피소드 덕분(?)에 나는 미쳐버렸다. 부정적 에너지가 매우 응축되고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부정적일지라도 이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정제할 수 있다면 삶의 큰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에너지 정제과정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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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흠뻑 젖은 양말과 4시간을 함께...

 

 

최근에 소나기가 장난아니었다. 근무를 하던 중 비가 엄청나게 와서 양말과 신발이 흠뻑젖었다.

걸을 때마다 물을 머금은 양말에서 '찍찍' 소리가 나며 물을 뱉는다.

그리고 그 물은 다시 양말에 흡수되고 이 불쾌한 과정을 온몸으로 느낀다.

양말과 신발이 모두 흠뻑 젖은 것도 매우 불쾌한데 퇴근까지 약 4시간 동안 남은게 더 두려웠다.

그 찝찝함이 4시간 동안 지속되니 나의 기분을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불결함과 찝찝함,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등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나의 온몸을 너무나 깊숙히 파고 들어왔다.  

 

 

 

이만한 직장없다. 그니까 참고 버텨.

 

33도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 1시간 넘게 밖에 서서 근무했었다.

입고 있는 에어리즘 검은 반팔티는 땀으로 인해 흰색 소금줄이 쳐졌고, 팔이 검게 타들어가 자연선탠(?)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힘든 근무일 때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실아~ 힘들긴 해도, 이만한 직장없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지, 안짤리지, 정년까지 보고 다닐거면 이 직장도 나름 괜찮아. 그니까 조금 부조리해도, 조금 힘들어도 참고 버텨. 우리가 밖(사회)에서 이만한 월급 받을 수 있겠냐?"

특히, 밖에서 이만한 돈 못버니 그냥 참으라는 말이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면서도 수긍하는 내 자신을 보니 무능력을 스스로 인증하는 꼴이 됐기에 화가 났다.

예전에도 일기로 썼지만, 나는 이전 부서에서 쌍욕을 들었고 손찌검도 당해봤다. 사회생활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 인생 이렇게 평생 버티면서 살아야 하는걸까?

그렇다고 전문직 공부를 해?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부정하고 싶으면서도 긴 시간 수험생활을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나는 무능력하지만 불만만 많은 욕심만 많은 겁쟁이 인걸까? 

 

 

동년배의 벤틀리 차주, 당신의 정체는 뭐죠?

 

그날은 야간근무 날 이었다.

새벽 3시쯤 닭장차같은 경찰버스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하차하고 근무지로 걸어갔다.

잠에서 방금 깨서 비틀비틀 거리며 '시발... 시발...' 조용히 속마음으로 외치며 근무지로 향했다.

내가 맡은 근무지는 부자들이 밀집된 주거지역이었고 근무지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이 집중될만 한 근사한 차가 주차돼 있었다.

바로 3억이 넘는 벤틀리였다. 그 차를 계속 쳐다봤다.

'저런 차는 누가 탈까? 자동차에 3억을 쓸 정도면 자산이 30억은 족히 넘는 어마어마한 부자겠지? 벤처기업 사장? 대기업 임원? 병원장?'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몇 분 후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남자가 슬리퍼를 질질끌며 내가 계속 응시했던 벤틀리로 향했다.

'설마?' 라고 생각했지만 그 설마가 진짜였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그 남자는 벤틀리에 탑승했고 운전을 하며 어딘가로 떠났다.

 

'아니 시발!, 누구는 닭장차같은 경찰버스에서 수명 깎아가며 야간근무로 좆뺑이 치는데 누구는 벤틀리 타네..?!'

 

그때 문득 부러움섞인 질투심과 스스로에 대한 연민감이 솟구쳤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평생 벤틀리는 탈 수 없겠지.. 한번 뿐인 내인생 어쩌면 좋을까? 

 

 

 

 

고된 근무, 부조리한 일, 경찰의 숙명인 야간근무 등 이런 일을 평생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딱히 분노의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입술이 떨리도록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그 대상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렇다고 전문직 공부를 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더욱 나에게 화가 났다.

곰곰이 생각했는데, 역시 모든 문제의 근원은 돈이었고 돈으로부터 해방되면 나의 모든 분노는 해결될 것이다. 경제적 자유, 당장은 머나먼 곳에 있지만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겠다는 독한 마음이 생겼다.

 

 

 

공무원이라 겸직도 불가능 하니 나에게 남은 구원의 수단은 오직 딱 하나, 바로 주식이었다.

 

장기투자, 물론 좋다. 기업과 동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당 기업의 주식 비중을 늘려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것, 하지만 10~20년, 장기간 묵묵히 기다릴 자신이 없다. 가뜩이나 가족력으로 수명이 짧은데 경찰업무를 10~20년 더 하면 내 명줄은 더욱 짧아져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시간도 기다릴 여유도 없다.

 

그렇게 단기간의 가장 수익률이 높은 주식 투자 방법을 고민했고 스캘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주식전문가들은 초단타, 스캘핑 매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느니, 홀짝을 하는 도박이라느니...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만약 스캘핑이 100% 도박이라면 스캘핑으로 장기간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극소수이긴 하지만 스캘핑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수익 인증까지 하는 트레이더들이 유튜브에 꽤나 있으며 그들은 스캘핑이 물론 장기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크고 고난이도의 매매는 맞지만 분명히 실력을 쌓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성공한 스캘핑 트레이더들은 하루에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단위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자.. 내가 스캘퍼가 될 상인가?

 

 

성공한 스캘핑 트레이더들이 했던 말 중 인상깊은 말이 있다.

 

"단, 스캘핑은 타고난 성향과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재능이 어느정도 있어야 해요. 프로게이머 게임 영상을 본다고 해서 모두가 프로게이머가 될 수는 없잖아요? 솔직하게 재능이 꽤 중요해요. 본인이 소액으로 스캘핑 꾸준히 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투자 방법을 택하시길 추천드려요."

 

 

 

 

 

그렇게 7월달 부터 스캘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의 재능을 시험해보고 싶었고 너무나 절실했다. 지금의 상황으로 내 삶을 구원해줄 수단은 스캘핑밖에 없다.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스캘핑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쿨하게 포기하면 되니까.그동안 분노의 에너지가 응축된 덕분에 단기간에 스캘핑에 대해서 꽤 많이 공부했다. 한 번은 고수 스캘퍼가 유튜브에 본인의 매매 영상 30분짜리를 올린게 있었는데 영상에는 대사가 하나도 없고 오직 마우스 클릭소리와 매수, 매도 체결 음성만 들리는 날것의 매매 영상이었다.특히 그 영상 30분짜리를 1초도 빠지지 않고 초집중하며 5번이나 시청했다. 영상을 계속보다보니 트레이더가 매수하는 타이밍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고 이 패턴을 몸으로 습득하기 위해서 실제로 매매해봤다.

 

 

 

7월 스캘핑 수익 : 399,213원

 

 

 

나의 기존 매매 방식은 스윙투자였다. 적게는 수일, 많게는 수개월동안 해당 종목을 홀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한달에 10~20만원 정도의 수익이 평균치였다.

스캘핑을 처음 시작한 달 치고는 399,213원이라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꽤나 괜찮은 수익이 나왔다.

사람들은 스캘핑의 단점만 생각하는데 막상 실제 매매를 해보니 매력적인 장점도 있다.

 

바로 보유의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다. 매수하고 바로 매도하니 그것이 익절이든 손절이든 계속 홀딩하는 스트레스는 없다. 오히려 손절이라 할지라도 손절 퍼센트를 적게 가져가는 원칙을 세운다면 손절이 꽤 후련하다. 마음은 꽤 씁쓸하지만 말이다. 손절이 스캘핑의 아주 중요한 덕목이기에 손실을 확정짓는 아픔도 계속 해봐야 진정한 스캘퍼로 거듭나지 않을까?

 

스캘핑은 판단력, 속도, 실행력이 중요한데 호가창, 주문창, 클릭시 옵션 설정 등을 나에게 맞게 하느라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몇번 세팅해보니 나에게 얼추 맞는 세팅법을 찾았다. 물론 100%는 아니기에 계속 매매하면서 세팅을 바꿔야겠다.

 

7월달은 근무하면서 계속 주식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주식의 절대원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인데 싸게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기투자의 관점이 아닌 스캘핑의 관점에서 싸다는 것은 뭐지? 투매가 나왔을때 매수하면 되나? 투매의 기준은 뭐지? 1%? 2%? 하락했을때? 1분봉으로? 3분봉으로 봐야하나? 아니면 주가가 아닌 매도물량을 기준으로 해야하나? 스캘퍼 고수들은 눌림목 매매를 많이 하던데 눌림목인지 그냥 하락인지 어떻게 구분하지? 타점이 왔다고 생각했을 때 호가창은 산발적으로 요동을 치는데 시장가로 매수해야하나? 아니면 한 호가 위에서 사야하나? 매도할 때는 전 물량을 매도해야하나? 아니면 반씩 나눠서? 

 

이런식으로 주식에 흠뻑 미친사람으로 생활했다. 7월부터 나의 좌우명은 불광불급(不狂不及)으로 정했다.미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 주식에 한 번 미쳐보기로 했다.

 

 

8월 스캘핑 수익 : 789,624원

 

 

 

7월달에 어느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HTS 세팅법도 점차 나에게 편하게 바꿨다.

매수, 매도때 버벅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스캘핑 대원칙인 욕심 부리지 않고 수익챙기기, 손절은 과감히 하기를 지키려고 노력했다.한 번은 손절을 원칙대로 하지 못해 -15% 돼서야 30만원을 눈물을 머금고 손실을 확정지었는데, 이 손절의 아픔은 3일 정도 꽤 오래 갔다. 30만원이면 출근 때 택시를 20번 탈 수 있는데, 배달음식 20번은 족히 먹는데.. 등등 칼 같은 손절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꼈다.

 

첫 경험이 꽤 아프게 느껴져서 그런지 손절의 아픔이 점점 무뎌지며 기계적으로 손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스캘핑 고수들이 흔히 "호가창을 계속 보다보면 뭔가 느껴지는게 있다. 이는 스캘퍼 자질이 타고난 사람은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기분 탓 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봉차트와 함께 호가창을 계속 보다보면 뭔가 보이는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한 느낌이 들긴 든다. 물론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이 아리송한 느낌이 들때 매수하면 이익이 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긴 하다. 그러니 8월 달을 양전으로 마쳤겠지.

 

 

 

엄밀히 말하면 8월 달 수익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동안 한달에 10~20만원씩 벌던 내가 한달에 스캘핑으로 약 79만원을 벌었으니 말이다.

 

특히 최근 스캘핑 매매에서 하루에 25만원 수익을 실현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는 뇌에서 도파민이 쫘--악 쏟아져서 등줄기까지 흘러내린 느낌이 들었는데 거의 지적인 오르가즘을 느꼈다.

 

하지만 수익에 너무 기뻐하는 것도 스캘퍼의 자질이 아니니 최대한 체통을 지키면서 수익이 나더라도 덤덤하게 매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하여튼, 8월달 매매는 여러모로 긍정적이었다.

 

장기적으로 투자했던 배당주에서 배당금이 나와 이것저것 합하면 이번달 총 투자수익은 거의 100만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실력 반, 운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겸손하게 매매에 임할 것이다.

그래도 한달에 100만원 가량 수익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그만 회전초밥집에 가서 실컷 먹고 3만원을 플렉스했다. 이정도 사치는 뭐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해야지 ㅎㅎ

 

그리고 또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낀 것은 "수익금, 손실금 등이 돈으로 느껴지지 않고 사이버머니로 느껴지기 시작할때되면 스캘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역시 손절도 예전보다 잘해내고 이익도 욕심부리지 않고 실현하다 보니 돈이 아닌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돈에 감정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최대한 차갑게 돈을 보려고 한다.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살면서 느낀 것이 있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모할지 몰라도, 조금 실패할지라도 일단 도전을 해보는 것이 인생 전체를 보면 훨씬 건설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지금으로서는 스캘핑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여기며 한번 미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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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