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일기 3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23년 5월의 무더운 어느 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경비근무(뻗치기, 가만히 서있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맡은 경비구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특이사항이 없는지 순찰을 돌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경찰공무원 면접시험] 입간판을 보게 됐다.
' 헐! 오늘이 경찰 면접 날이구나... ' 라고 생각하며 합격 한후 입간판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2020년 11월에 면접을 봤으니 벌써 나에게는 2년 6개월전 이야기다.
나는 아직도 신참 막내 순경인데, 그래도 제법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구나 싶다.
역시 시간은 당시에는 잘 안가는 듯 해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 빠르다.
면접 날이니, 건장한 남자들이 계속 나의 근무지를 지나쳐 간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
더운 날임에도 칼정장에 넥타이
포마드로 시원하게 올린 앞머리
목색깔과 얼굴색이 경계를 이루는 다소 어색한 메이크업
많이 긴장한 듯한 얼굴 표정들
준비한 면접 답변을 되새기면서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걷는 것까지..
누가 봐도 경찰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사복근무였지만 경찰무전기에, 경찰마크가 새겨진 디지털 경적 호루라기까지 몸에 지니고 있으니 누가봐도 경찰처럼 보였지 싶다.
면접장으로 걸어가는 응시자들은 나와 계속 눈을 마주쳤다.
그 중 한 응시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 아, 혹시 면접장 여기로 가면 되나요? "
" 네 맞아요. 다들 저기로 가더라고요. 아마 저기 맞을거예요. 저도 2년전에 면접 봤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많이 떨리시죠? 꼭 붙으세요! "
" 아! 네.. 많이 떨리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면접 잘보겠습니다! "
그렇게 스몰토크는 끝났고 응시자는 저 멀리 사라졌다.
그때 문득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경찰이란 직업에 사명감을 느끼고 소명의식을 다해 열심히 근무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보니 괜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경찰이란 직업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중하고 가치있는 직업임은 틀림 없다.
다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너무나 고달프고 서러운 직업임도 틀림 없다.
이 세상에 수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굳이 경찰을?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그런지 괜히 인터스텔라 감성이 터져버렸다.
나의 경찰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