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36] 지구대 컴백

Nomadic-Basil 2024. 7. 25. 06:11

 

드라마 라이브 / 흔한 지구대의 풍경

 

 

2021.4 ~ 2022.2 : A 파출소 근무

2022.2 ~ 2024.2 : XX 기동대 근무(의무복무 2년)

2024.2 ~ 현재까지 : B 지구대에서 근무중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보니 블로그 포스팅이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던 가운데 블로그 종종 와달라는 댓글이 있어서 오랜만에 각 잡고 글을 써본다.

 

2년간 기동대 의무복무는 추억도 많지만 확실히 의무복무 2년은 길었다.

 

원래는 의무복무가 1년이었다는데... 1년은 할만할 것 같다.. 근데 2년은 아닌 것 같다.

 

지구대보다 월급을 많이 주니 의무복무 2년하고서도 1년 더 연장한 동기들도 있는데... 리스펙 한다.

 

물론 나의 체질이 안맞는 것이지 기동대 잘 맞는 사람은 다닐만 한가 보다.

 

그렇게 기동대 의무복무가 끝나고 경찰서 1지망부터 5지망까지 지원서를 냈다.

 

2024년 2월, 역시 빽도 없고 재수도 없는 나는 사람이 부족한 결원경찰서(비선호경찰서)인 5지망으로 팅겼다. (일하면서 알게 됐지만 회사 내에서 빽의 힘은 실재하며 그 힘은 꽤나 크다)

 

5지망 경찰서로 배정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설마 5지망? 이라는 생각에 놀라긴 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5지망.. XX경찰서, TV에서 자주나오는 경찰서로 강력범죄 사건현장으로 종종 나오는 경찰서로 기억한다.

 

신고건수도 전국적으로 탑에 들어간다. 

 

그렇게 XX경찰서에 배정받고 XX경찰서 전입자를 강당에 모아놓고 XX경찰서장님이 환영 인사를 한다고 강단에 올라가셨다. 

 

의례상 XX경찰서 전입을 환영한다. 앞으로 잘해보자 이런 형식적인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첫 대사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여러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희망하는 경찰서가 아닌 5지망인 여기 XX경찰서로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여기 XX경찰서는요. 눈치 빠른 허리라인(경사~경위급)은 이미 다른 경찰서로 다 도망가고요, 빽있는 주임급(경위~경감)들은 빽서서 다 다른 서로 가죠. 그래서 눈치도 없고 빽 없는 주임급만 남은거 아닐까요?! 하하하하하"

 

너무나 솔직한 서장님의 말씀에 모두가 빵터졌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이 아니라 진짜 돌직구로, 팩트로 얘기하시니 말씀에 울림이 있어서..  감격(?)의 웃음이 터진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B 지구대로 배정받아 2024. 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역시 악명(?) 그대로 신고건수도 많고 이런저런 사건이 많다.

 

2021.4 ~ 2022.2 사이에 근무했던 A 파출소는 그야말로 절간이었다.

주간근무 때 신고건수가 적으면 2건 많으면 10건 수준이었고 평균적으로 4~6건 정도 했었다. 야간근무 때는 한 10건 정도?

 

반면에 지금 B지구대는 주간에는 40~50건 / 야간에는 50~80건 정도 되는 것 같다.물론 인원수가 A파출소 때보다 많기는 하지만 다루는 범죄의 다양성이나 사건처리의 현명함이 많이 필요로 한다. 덕분에 근무시간은 금방금방 간다.

 

가끔 경찰서 및 지구대/파출소 지원을 한가한 곳을 해야할지 바쁜 곳을 해야할지 묻는 댓글이 있다.

 

만약 당신이 실습생이나 신임순경이라면 한가한 곳/바쁜 곳 모두 경험한 나로서는 바쁜 곳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인데,

 

일단 신입은 한가한 곳이든 바쁜 곳이든 편하게 쉬기는 힘들다. 지구대 안에서 신고가 없어서 쉬더라도 대놓고 폰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대놓고 유튜브를 볼 수 있겠는가? 오히려 신고받아서 사건현장에 나가는게 더 시간이 빨리가고 업무능력 배양에 있어서도 더욱 좋다.

 

그리고 한가한 곳은 높은확률로 젊은 직원이 거의 없다. 그 말은 세대가 비슷해서 비교적 편하게 업무적으로 물어볼 사수가 없다는 뜻이며 세대차이로 인해 대화할 직장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그리고 40~50대 직원분들은 실습생들을 수십명은 봤으니 별로 관심도 없고 챙겨줄 기력(?)도 없는듯 보인다.열심히 가르쳐도 남경은 기동대로 끌려가고, 여경은 내근직으로 알아서 보직찾아 가는 경향이 있으니 실습생한테는 무미건조하게 대하나 싶다.

 

반면에 바쁜 곳은 높은 확률로 젊은 직원이 많다. 그래서 나이도 비슷하고 업무적으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젊은 선배들은 실습생한테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챙겨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는 대부분 30~40대 경장 경사급이다. 50대 주임급보다는 오히려 냉정하게 얘기해서 법을 해석해서 법을 적용하는 것 / 킥스(형사사법포털) 사건 보고서 작성하는 것 등 대부분의 팀의 중요한 일은 30~40대 경장 경사급이 도맡아 한다. 대부분 실습생의 멘토는 이런 에이스 선배들로 지정하게 되는데 이런 에이스가 멘토라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곳은 20~30대 젊은 직원이 많기에 분위기가 좋다. 이게 정말 크다. 

 

참고로 나는 A파출소 시절에 50대 초반 경위분이 멘토였는데.. 많이 무관심해 하셨다. 뭐 물어보면 귀찮은 티 팍팍 내셨고 "시간 지나면 다 알게 돼~ 천천히 해~" 등 나에게 그닥 관심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팀장님이 "실습생 방치하지 말고 뭐 좀 알려주고 그래봐!"라고 장난섞인 투로 멘토에게 화도 내셨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기동대 2년 있다가 나오면 업무적으로 많이 까먹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지구대에 다시 오니 매뉴얼이라던지 업무적으로 처리하는게 많이 바뀌어서 초반에는 많이 헤맸다.

 

그래도 예전에 1년가까이 A파출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몇번 하다보면 업무했던 것이 상기되면서 금방 감을 찾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최근에 고등학생을 현행범체포를 한 경험이 있는데 부모님이 경찰서에 오셔서 로비에서 엉엉 울면서 오열하시는 것을 보았다. 범죄의 명백성, 가벌성, 현행성, 시간적 장소적 접착성, 체포의 필요성 모두 인정되어 정당하게 현행범체포를 했지만 피의자의 부모님의 오열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으로 씁쓸하다.

 

지금 지구대가 바쁘지만 팀원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더 근무할 생각이지만동기들은 형사, 경제팀, 피싱팀, 여성청소년과, 경무과 등 다양하게 보직, 주특기 찾아서 근무를 하는데 나혼자 지구대에 계속 근무할 생각을 하니 너무 정체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요즘 들기는 한다.

 

앞으로 경찰생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치치않고 안전하게 근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