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5(난독증 그리고 토익 Feat. 승무원 토익)

Nomadic-Basil 2019. 6. 21. 20:07

긴 문장을 읽는 것은 종종 불편했다.

 

지금은 진로를 바꿨지만, 1년전만 해도, 나는 승무원(스튜어드)이 되고 싶었다.

2018년 6월부터 시작해서 2019년 상반기까지.. 몇번의 면접을 거쳐, 실무면접, 임원면접을 합격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고,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점으로 승무원을 내려 놓았다.

지금도 미련이 있긴 하지만, 거의 마음을 비어둔 상태다.

 

하지만, 승무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DHD 치료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썰을 풀고자 한다.

이전 포스팅에는 ADHD 약물치료가 나에게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주었다는..

다소 추상적인 말을 했지만 이번에는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얘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난독증이다.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내가 확실히 난독증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가 학업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정도는 아니고, 약간 거슬리는 느낌? 경미한 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실제로  내가 다니고 있는 의사선생님도 내가 겪은 난독증세가 ADHD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겪는 난독증세는 다음과 같다.

<내가 어떠한 글을 읽게 될 때,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은 모두 알지만, 그 문장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분명히 문장안에 있는 모든 단어를 알고 있지만 문장을 읽고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짧은 문장이거나 굉장히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경우에는 그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 이해가 된다.

다만, 글이 다소 학술적이거나 난해한 경우는 단어를 알고 있을지라도 바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글을 읽고 그 글이 머릿속에 바로 입체화돼서 이해가 되지 않다보니 시험을 볼 때 굉장히 불리했다.

내가 읽은 글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다시 읽고.. 두세번씩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교에서 시험을 볼때,

내가 방금 읽은 시험의 지문이 정확히 머릿속에 이해가 안돼서 계속 읽다보니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보통, 대학교 필기시험이 1시간동안 본다고 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20~30분만에 후딱 풀고 집에 가지만,

나는 내가 읽은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계속 읽었고.. 55분쯤 돼서야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성적은 꽤 잘 나오긴 했다.

 

 

ADHD로 인해서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인 난독증은 내가 토익을 준비했을 때 굉장히 장애물이었다.

토익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시험시간은 2시간, 리스닝 100문제(45분), 독해 100문제(75분)이다.

 

일단 남승무원의 경우에는 토익 900이 필요하다.

요즘은 일반적인 기업에서 토익을 별로 안보는 추세이긴하나, 승무원 같은 경우는 토익을 아직까지 많이 보는 편이다. 

결국 토익 900은 내가 넘어야할 산이었고..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다.

솔직히.. 인서울학교에 입학한 나의 입장에서는 금방 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주변 동기들도 쉽게 땄기 때문이다.

 

하지만 ADHD 환자로서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첫번째는, 2시간 동안 Full 집중이 힘들었다. 나는 ADHD 증상 중에 대표적인 산만함이라는 증상이 있다. 무언가 앉아서 길게 집중할 수 없다. 따라서 2시간동안 진행되는 토익은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분명히 이 시험은 중요하고, 잘 봐야 하는 시험인데도, 1시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집중력이 흐려졌다.

두번째는, 아까 말했다시피 난독증세이다. 독해파트를 풀 때, 영어지문을 읽으면.. 단어는 모두 알지만 글이 전하는 메세지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영어지문을 읽고 확신이 없다보니 당연히 여러번 읽게 됐고.. 75분동안 100문제를 풀어야하는 토익에서 굉장히 불리했다. 시간이 매번 부족해서 후반 10~15문제는 찍다시피 했다.

 

 

2주만에 RC 90점 상승

 

 

 (토익 총점수를 가린 이유는.. 학원에서 저의 사례를 가지고 광고를 하더라구요...ㅎㅎ 제 신상의 노출을 막고자 점수를 가렸습니다. 제가 설마 900점 넘긴 것을 거짓말할까요...ㅠ 믿어주시겠죠?ㅎㅎ)

 

토익을 11번이나 봤다.. 10회까지는 너무나 심적으로 힘들었다.

쉽게 달성할 줄 알았던 토익 900점이 열번이나 보고도 달성을 못했다.

내가 공부를 안했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았겠으나..

나름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혼자 모의고사를 치를 때도 꽤 잘나왔다.

(물론 2시간 Full로 혼자 풀지는 못했다.. 1시간씩 나눠서.. 약물치료 이전이었으니..)

 

그렇게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나에게 맞는 용량을 찾았고, 11번째 토익시험을 봤다.

2시간 Full 집중이 수월했으며, 내가 읽는 글이 읽자마자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메세지들이 그려졌다.

읽는 족족 머릿속에 바로 입력이 되다보니, 스스로 확신이 생겼고, 읽었던 문장을 또 읽는.. 시간 낭비가 없어졌다.

그리고 토익을 시간부족없이 다 풀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토익 RC 365점에서 단번에 455점으로 상승했다.

가채점을 했을 때, RC 100문제 중에 6~7개정도 틀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11번째 도전 끝에, 토익 900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허탈했다.

내가 토익을 11번이나 봐야 했던 이유는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노력을 안해서가 아니라 

ADHD 약물치료를 하지 않아서 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ADHD 약물치료는 역설적이게도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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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말고도 여러 경험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차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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