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65(모르는 척)

Nomadic-Basil 2020. 4. 14. 22:13

 

Jermada (저마다) -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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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만... 모르는 척 :(

 

 

오늘, 대학교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졸업하고 뭐하는지, 취업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등등.. 서로 시시콜콜한 안부를 물었다.

 

그러던 도중에 이 친구는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형, 아 공부 존x 안돼. 도서관가면 맨날 폰만 보다가 집에 와"

 

 

<얘도 설마?.. ADHD?>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의례상 왜 공부가 안되는지 물어봤다.

 

 

공부가 집중이 안된단다. 

 

주의산만함이 심한 ADHD를 가진 나로서는 살짝 뜨끔했다.

 

 

<아.. 그래? 공부를 원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 그런거 아닐까?>

 

라고 나의 본의아닌 말로 답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화를 마치게 됐다.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공부를 집중못했던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이 친구는 소위 말해서 '눈치가 없는' 친구였다.

 

뭐랄까? 친구들끼리 A라는 주제로 대화하고 있으면 혼자서 B라는 주제로 얘기한다거나,

 

대화의 내용을 파악못하서 혼자만 다른 얘기를 하는?... 횡성수설이 심한 친구였다.

 

사람 자체는 괜찮지만.. 같이 있으면 재미가 없달까? (대화가 잘 안통하니깐;;)

 

이러한 이유로 대학교 동기들이 이 친구를 약간(?) 기피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한 경험을 상기해보면

 

이 친구가 자리에서 수시로 일어나서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가 의학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친구가 @라고 말할 수는 없다.

 

 

 

 

ADHD 유병률 = 평균 5%

 

 

https://www.mdon.co.kr/mobile/article.html?no=16052 / 성인 ADHD 잠재 환자 중 실제 치료율 = 2017년 기준 0.7%  !!!!

 

 

하지만 ADHD가 생각보다 흔한 병에다가,

 

성인 ADHD의 경우에는 실제로 치료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병원을 한 번 방문해보라고 말하는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병원을 가보라고 하면 이 친구가 불쾌해할테니까.. 

 

병원 방문을 권유하려면 적어도 내가 @라는 사실을 커밍아웃 해야만 했었기에

 

말 할수 없었다.

 

 

만약 이 친구가 정말 ADHD가 맞다면

 

친구는 책상에서 스스로 자책하면서 살아갈지 모른다.

 

그리고 평생을 본인이 ADHD라고 의심조차 해보지 못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난 말 할수 없었다.

 

 

결국, 알지만 모르는 척 했다.

 

 

부디, 친구가 내 블로그를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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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