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33] 대문자 T 순경의 발칙한 생각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33] 대문자 T 순경의 발칙한 생각

Nomadic-Basil 2023. 4. 12. 23:55

 

 

나의 MBTI는 ENTP와 INTP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확실한 건 엄청난 대문자 T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신파영화를 극혐하며, 감성팔이가 그냥 싫다.

 

그래서인지 기분 좋은 위선적인 말보다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팩트폭행 해주는 솔직한 말이 좋다.

 

남들보다 철저히 이성, 논리에 치우친 성격인 듯 하다.

 

내가 봐도 꽤나 냉소적인 성격이다.

 

그래서일까, 연애할 때도 남들처럼 2~3년씩 장기연애는 못해봤다.

 

아마 나의 T적인 성격때문일 것이다.

 

나도 안다.

 

여자친구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하소연을 할 때 나에게 원하는 것은

 

해결방안이 아닌 그저 공감과 위로를 원한다는 것을

 

하지만 내 타고난 본성이 그것을 거부한다.

 

처음에는 최대한 두꺼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 

 

연애초반에는 " 아 그래? 정말 힘들었겠다. 기분좋아지게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 처럼 본성을 거슬러 정답을 말했지만 점점 하소연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니 여자친구가 꽤나 서운해했다.

(해결방안을 얘기하면 여자친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니 그냥 기계적인 리액션만 했는데 금방 티가 났겠지 싶다)

 

아무튼 이런 극대문자 T인 내가 기동대에서 가지는 발칙한 T 스러운 생각은 다음과 같다.

 

기동대에서 청소, 잡다한 행정(서무역할), 온갖 궂은 일은 거의 다 순경급들이 한다.

 

반면, 주임급(경위급, 40~50대)은 궂은 일에서 관례적으로 제외다.

 

그리고 경찰버스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주임급들이 먼저 고정석으로 지정되고 제일 안좋은 자리, 너무 좁고 협소해서 공황장애가 걸릴 것만 같은 자리는 순경들이 앉는다.

 

 

온갖 궂은 일로 고생하고, 경찰버스 자리도 안좋은데 왜 월급은 주임급들이 순경급들보다 약 50% 더 받는지 항상 의문이다. (호봉마다 케바케지만 서울청 기준 순경급 기동대 월급은 280~320, 경위급 이상은 400~450이다)

 

나도 안다. 호봉제, 계급별로 기본급 수당테이블이 아예 다르니 주임급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을

 

하지만 대문자 T이자 능력주의 마인드가 디폴트인 나로서는

 

당연히 잡무, 서무, 궂은 일을 하는 즉, 업무적으로 더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 월급을 더 많이 받는게 당연하다는 가치관인데 직장에서는 이와 정 반대의 일들이 벌어지니 항상 의문이 든다.

 

프로축구선수는 경력, 나이와 관계없이 오로지 얼마나 축구를 잘하냐 그것만으로 주급이 결정되고

 

증권사 트레이더 역시 짬, 경력보다는 오로지 매매실적으로만 평가되는것 처럼

 

어쩌면 나는 성향을 비추어 보면, 공무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인드로 인해 남들보다 더욱 주식투자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

 

주식은 경력, 짬, 나이에 관계없이 공부 많이하고 실력있는 투자자만이 수익을 챙겨간다.

 

 

 

2023년 4월의 어느 날,

 

경찰버스 제일 안좋은 자리에 낑겨서 숨이 막혀 공황장애가 올 것 같고

 

순경들은 화장실에서 역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청소를 하고 있는데, 주임급은 침대에서 쉬고 있다.

 

보통의 짜증이 아닌, 단전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민다.

 

2023년 4월 10일.

 

순전히 매매수익을 위함도 있지만, 갑자기 매매수익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휴무날인데도 메디키넷을 복용, 커피를 마셔 각성 풀 도핑을 하고 컴퓨터에 앉아 매매를 시작했다.

 

일일 매매 수익 약 37만원을 달성했다.

 

'그래, 회사에서는 말단 순경이지만 트레이더로서는 나는 말단 찌끄레기가 아니야' 라고 스스로 위안하니 수익을 떠나 나의 가치를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약간은 좋다.

 

단전에서의 차오르는 울화가 조금은 진정됐다.

 

10년안에 주식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당당하게 사표를 낼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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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T 순경의 발칙한 생각.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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