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35] J.P.Morgan(Feat.주한러시아대사관 정문)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35] J.P.Morgan(Feat.주한러시아대사관 정문)

Nomadic-Basil 2023. 8. 4. 22:52

작열하는 햇빛 아래 보이는 J.P.Morgan

 

 

작열하는 햇빛, 폭염경보가 울리는 35도에 육박하는 미친듯한 어느 날, 주한러시아대사관 정문에서

 

경비근무를 하게 됐다.

 

쿨토시를 관통해버리는 미칠듯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속에서 나홀로 1시간을 버텨야 한다.

 

그래. 기동대의 숙명 뻗치기, 이젠 익숙하다.

 

아뿔싸, 젠장 비상상황이다.

 

대사관 정문 앞에 그늘이 없다.

 

1시간 동안 35도의 뜨거운 여름의 작열하는 햇빛을 그대로 맞으면 난 아마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이건 근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쓰러지면 근무를 빼주려나?.. 라고 웃픈 생각이 잠시 든다.

 

이런 굴욕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면 나의 현생은 꽤 망가졌나보다.

 

근무지에 미니 초소가 있지만, 안에는 에어컨도 없기에 거의 건식 사우나급의 체감온도가 느껴져 초소안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후다닥 뛰어나왔다.

 

덤으로 청소를 언제한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기에 아무리 경찰 조직 내에서 기피부서로 손꼽히는 자랑스러운(?) 기동대원이라도 이렇게 더러운 곳에 앉는것은 차마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근무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서 땀샘이 폭발한다.

 

허벅지에서 시작된 땀방울이 종아리까지 중력의 힘을 받아 천천히 내려온다.

 

꽤나 불쾌하다.

 

등에서 부터 시작된 땀방울은 등줄기를 타고 서서히 내려와 팬티에 닿아, 팬티가 점점 축축해진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온갖 신을 애타게 찾아본다.

 

그래도 이정도면 그래도 30분 정도는 지났겠지?... 시계를 쳐다본다.

 

아 10분지났다. 

 

 

 

 

 

근무를 하다가 옆에 회사에서 우루루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온다.

 

 

J.P.Morgan 한국지사

 

근무지인 주한러시아대사관 정문 바로 옆에는 J.P.Morgan 한국지사가 있다.

 

3D 현장노동자인 나의 눈에는 대기업, 사무직, 화이트컬러... 게다가 세계 최대 은행인.. J.P.Morgan?!

 

그들은 나의 선망의 대상이다.

 

 

주식관련 영화 <작전>의 브라이언 재미교포 출신 펀드매니저

 

종종 부티가 확 느껴지는 재미교포 느낌의 사람도 많이 지나가던데 아마 펀드매니저, 프랍트레이더들이 아닐까?

 

롤렉스 시계, 깔쌈한 헤어스타일, 칼정장, 찰랑거리는 사원증 목걸이, 한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난.. 점심시간에 메가커피.. 매머드 커피만 먹는데..

 

아 저 인텔리 부티감성... 너무 부럽다.

 

6000명 가까이 참가한 키움증권 대회에서 3등도 해보고 나름 주식실력이 어느정도 성장했다고 느꼈는데...

 

세계 최대 금융계의 진짜 선수들을 보니 갑자기 주눅들고 기가 팍 죽는다.

 

게다가 땀에 흠뻑 젖어버린 근무복을 입고 서있으니 현실의 나는 너무나 초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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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눅들고 기가 죽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또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분노가 샘솟는다.

 

나는 세이노의 책을 읽고 은근히 알 수 없는 분노가 좋다.

 

세이노의 가르침 中

 

분노를 느끼는 사람만이 닫힌 문을 세게 쾅쾅쾅 두드릴 수 있다.

 

용수철처럼 그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신의 삶을 이 거친 세상에서 우뚝 홀로 세울 수 있도록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피튀기듯이 노력하라.

 

그리고 이제는 자전거 손잡이를 제대로 잡고 정면을 바라보고 페달을 밟아라.

 

그렇게 하기 시작할 때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인생역전은 당신 스스로 현재의 삶에 분노하여 그 삶을 뒤집어 버릴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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