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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일기

[콤플렉스 일기 01] 10년만에 찾아온 그녀석, 그저 죽고싶다는 생각

Nomadic-Basil 2022. 6. 20. 22:52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72(콤플렉스)

Umbrella · Marié Digby -------------------------------------------------------------------- 얼마전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대학생때는 매일 만나서 몰랐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자주 만나기 힘들다보니..

nomadic-basil.tistory.com

 

 

 

사실 나에게는 내가 갖고 있는 ADHD이라는 질환보다 더욱, 극도로 소스라치게 싫어하는 병이 있다.

 

이 병때문에 최근에 굉장히 우울한 감정이 심해졌고 예민해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블로그 포스팅은커녕

 

삶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나도 안다. 내 삶의 마침표를 찍을 정도로 용기가 없단 걸..

 

그저 푸념섞인 말로 '죽고 싶다'라는 말이지 정말 죽을 생각까진 없다.

 

아 그런데.. 최근 2~3일 전에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때 사실 죽고 싶긴 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아마 어찌어찌 해결책을 찾아가겠지.

 

콤플렉스를 배설할겸,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저 익명의 블로그에 포스팅으로 나의 하소연을 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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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란 무엇일까? 열등감? 단점? 심리학적, 철학적으로 그마다 정의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남들에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콤플렉스가 심하냐면 익명성이 보장된 나의 블로그에서 조차 이 병명을 오픈하기 싫을 정도이다.

 

심지어 이때까지 가족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사실 병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병으로부터 나타나는 '증상'이 나를 정말 힘들게 한다.

 

앞으로 이해하기 쉽게 A 증상이라고 지칭하겠다.

 

 

아마 중학생 시절부터 A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생때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만약 A 증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면 나의 기억속에 있을텐데 초등학생 때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고등학생때는 A 증상이 매우 격렬하게 일어났다.

 

A 증상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가슴 속에서 쿵! 하는 느낌이 들고 2~3초뒤에 나의 의지로는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증상이 발현되는데 이는 매우 가시적인 증상인지라 사람들이 바로 나의 A증상을 볼 수 있다.

 

이때 반응은 크게 2가지였다.

 

첫번째는 내가 무안해할까봐 모른척 하는 부류이다.

나의 증상을 무시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매우 고마운 분들이다. 하지만 이 부류는 매우 적다.

 

두번째는 A증상에 대해 지적하거나 놀리는 부류이다.

사실 대다수가 이 부류인데, A 증상은 간질이나 틱장애처럼 웃으며 놀리는 것을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병은 아니기에 나의 A 증상에 대해서 99%는 지적하거나 약간 놀리는 늬앙스로 말한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때 3년 연속으로 반장을 할만큼 활발했던 나의 성격은 고등학생 때 꽤나 소심해졌고, 말 수도 없어졌고 그저 친한 친구들끼리만 조용히 지내는 그런 성격으로 변해갔다.

 

특히 A 증상이 발현되기 2~3초전에 가슴속에서 쿵! 하고 느낌이 드는 전조증상이 있는데

 

속으로는 '아 ㅈ됐다. 죽고 싶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그냥 이 세상에 나란 존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속에서 쿵! 느낌은 나에게는 사형선고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그정도로 콤플렉스가 심하다.

 

쿵! 느낌이 들고 2~3초 동안은 A 증상이 올거란 생각에 말도 어버버대고 급히 화장실가는 척을 하거나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중간에 도망(?)갈 환경이 안되기에 A 증상을 온전히 맞이하는 편이 훨씬 많다.

 

이정도로 얘기하면 아마 A 증상을 가진 분이라면 바로 알아챌 것이다.

 

뭐 아무튼 고등학생 때 A 증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니 나처럼 A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모인 카페가 있었다. 여기서 여러가지 치료법을 따라해본 기억이 있다.

 

카페에서 추천하는 제법 민간요법스러운 운동법도 해보고 좋은 음식이 있다기에 찾아먹어봤지만 그닥 효과가 없었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에 가서 한약도 먹어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돈만 날렸다.

 

시간이 약이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는 운이 정말 좋게도 A 증상이 매우 완화됐다.

 

어쩌다 가끔씩 A 증상이 올라오고는 했는데

 

정말 1년에 몇번 없을 정도였고, 증상 자체도 심한편은 아니었기에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그렇게 10년동안 A 증상을 잊고 살다가 최근에 A증상이 고등학교 시절처럼 극도로 심해졌다.

 

대인관계가 불편해질만큼 엄청 잦아졌고 증상이 심해졌다.

 

이제는 출근할때마다 지하철에서 계속 '오늘 A증상 올라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다행히 증상을 완화시켜줄 약을 찾아서 복용중인데 100% 억제까지는 아니여도 한 50~70%정도는 완화가 되는 듯 하다.

 

지금은 약으로 버티고 있는데 가끔 A 증상이 심한 날이면 약을 먹었음에도 증상이 확 올라오는 경우도 제법 잦아졌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게 10년전에 가입했던 A 증상 카페에 다시 들어가봤다.

 

[내가 작성한 글]을 보니 10년전에 "A 증상으로 죽고 싶어요" 라고 썼던 나의 글이 있었다.

 

그랬다. 시간이 지나서 그렇지 10년전의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때 분명히 A 증상때문에 죽고 싶었었지.

 

10년만에 A 증상이라는 그녀석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다행히 근본적인 치료책이자 정말 최후의 치료법인 '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벼운 시술이 아닌 나름 전신마취도 하는 무게감 있는 수술이다.

 

다만 이 수술을 검색해봤을 때 병원에서 모든 환자에게 권유하는 최우선의 치료법은 아니고

 

정말 이것저것 해보고 안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느낌이 강해서 수술에 대한 약간 거부감이 있긴 하다.

 

카페에 수술후기를 찾아보니 거의 '완치'수준으로 좋은 효과가 있어 새삶을 산다는 긍정적인 후기가 많아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오늘 병원 예약을 했다. 날짜는 1주일 뒤로 잡았고 아마 의사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수술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두렵긴 하지만 수술하고 싶다. 그만큼 나에게는 A 라는 것은 너무나 스트레스니까.

 

그리고 부모님께 커밍아웃했다.

 

"학창시절부터 너무 스트레스였고 요즘 A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살기 싫다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할거니까 알고 계시라고, 말리지 말라고"

 

당연히 내가 예상했던 부모님의 반응은 "몸에 칼을 왜 대냐?" , "수술 함부로 하는거 아니다" 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완전 반전드라마 아닌가?

 

부모님 왈 " 바실아... 사실 나도 그 증상 심했었어. 콤플렉스가 심해서 가족, 친한친구 그 누구에게도 얘기안했어. 근데 너도 있었구나. 그때 나도 정말 죽고 싶었고 너무 살기 싫었어.. 이것도 ADHD처럼 유전이겠지? 아무튼 여러모로 미안해 아들, 그래 수술 너가 원하면 해. 나도 누구보다 힘든거 잘 아니까"

 

알고보니 부모님도 A 증상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던 것을 알게 됐다.

 

찾아보니 A는 유전적 요인도 있다고 하고.. 부모님의 증상과 나의 증상이 너무나 일치했다.

 

속마음으로는 '젠장! 또 유전이야?' 라고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정말 미안하다고 하기에 부모님께 화내는 것도 영 아니고..  그냥 부모님도 나처럼 엄청 힘드셨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수술 만류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술해보라고 하셨고 이제는 온전히 나의 결정에 달렸다.

 

지금으로서는 수술하고 싶지만.. 또 부작용도 걱정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병원에 가보고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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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일기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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