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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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일기

[콤플렉스 일기 02] 웃픈 항불안제 복용후기

Nomadic-Basil 2022. 7. 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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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나의 콤플렉스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어.

 

과거에 콤플렉스 증상이 자주 나타났던 경우는 고등학교 시절이 피크였는데 그때 생각해보면 학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적으로 힘들었거든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증상이 도지는게 아닐까 싶네.

 

그렇다면 다시 콤플렉스 증상이 고점을 찍은 지금 시점은 내가 심적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인가?

 

참 신기해. 빌런 같은 선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지구대/파출소에서조차 오히려 간헐적으로 올라오던 증상이었는데 현재 부서에서 최고조로 증상이 도지니까.

 

나한테 큰소리로 갈구거나 못되게 구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야.

 

뭐 조직 특성상 권위적인 상사들은 있지만 그냥 늘 그랬듯이 Yes맨을 하면서 깍듯하게 비위를 맞춰주면 큰 문제는 없어.

 

오히려 요즘 신입답지 않게 선배들에게 깍듯하다면서 은근 좋아해주거든.

 

뭐 아무튼 한달 전에 콤플렉스 증상이 절정에 달해서 출근 전날 밤에 잠이 안올정도였어.

 

'내일 그 증상이 나타나면 어쩌지?' 내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없었어.

 

그 증상이 올라온 날에는 퇴근 길에 정말 적당히(?) 아픈 교통사고가 나서 몇 달 병가를 내고 싶었을 정도였어.

 

그래서 수술을 거의 마음속으로 미리 확정하고 서울의 모 대학병원 예약까지 해놨었어.

 

그 수술은 비가역적이야.

 

쉽게 말해 한 번 하면 재수술이 불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이야.

 

부작용이 심하면 온전히 받아들여야 해.

 

콤플렉스를 일으키는 일정 부위를 절단하거든. 절단한 것을 다시 붙이기는 힘드니까.

 

 

수술 효과도 새 삶을 살 수 있다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이 있는 반면

 

수술을 괜히 받았다면서 후회하는 후기도 있었어. 복불복이 심하다고 할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겠지?

 

그때 당시는 그 증상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어떤 리스크도 감수하고 싶었나봐.

 

 

그렇게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대학병원 상담 날짜를 기다리던 중

 

마침 정신과 약이 떨여져서 원래 가던 정신과 병원에 방문했지.

 

정신과 쌤은 의례적인 비즈니스 멘트인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바실씨, 요즘 별일은 없으세요?"라고 물어보셔.

 

이때도 어김없이 별일 없냐는 질문에 콤플렉스 A 증상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수술을 고민중이라고 말씀드리니

 

"어? 그거 XX과에서 수술하는거죠? 걔네들 좀 터프한 애들이라 부작용 생각안하고 그냥 수술진행시키고 그래요. 저 그거 수술하고 만족하는 사람 거의 못봤어요. 바실씨 증상은 일종의 불안장애로 보이니까 비가역적인 수술(돌이킬 수 없는)보다는 항불안제를 복용해보는게 어때요? 약이야 뭐 안맞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면 되잖아요? 수술은 나중에 생각해보세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수술을 만류하셨어.

 

엄밀히 보면 정신과 선생님의 말씀 중에 틀린게 없었어. 가역적인 약물치료와 비가역적인 수술 중에 당연히 가역적인 치료먼저 해봐야하는게 합당하잖아.

 

그래서 한달전부터 항불안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어.

 

효과는 대만족이야.

 

콤플렉스 증상이 거의 80~90% 정도 억제되는 느낌이야.

(정신과 약물 충성충성 ^^7)

 

 

 

 

 

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대만족이라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묘한 감정이 들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는 않지만

 

정신과 약물없이는 현재 직장생활 하는게 힘든 것은 사실이니까. 

 

약효가 잘들어서 기분 좋으면서도 내 자신이 슬퍼.

 

영화 조커의 지하철씬에서 웃으면서 우는 조커가 생각나.

 

경찰 생활을 하면서 내 정신이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도 들어.

 

누구는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노량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배부른 소리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경찰이 아닌 다른 쪽에서 직장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

 

아무튼 수술 플랜은 일단 취소하고 항불안제 계속 복용하고 있어.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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