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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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0(응~ 약먹으면 그만이야~)

Nomadic-Basil 2022. 10. 25. 23:01

 

 

그동안 나의 블로그 포스팅은 대부분 꽤나 정제된 언어로 작성해왔다.

 

하지만...날것의, 러프하고, 솔직하고, 경박한 표현이 더욱 나의 일기장 컨셉의 블로그에 맞지 않나? 생각되어

 

덜 가공하고 날 것의 러프한 일기도 써보려고 한다.

 

너무 솔직한 표현이라 누군가는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나. 나의 일기장인 것을... 일기장에서 만큼은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

 

표현이 경박스럽고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다. 독자의 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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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물치료를 하고 3개월이 됐을 때,

 

정확히는 2019년 4~5월 경에,

 

그때는 ADHD 약효도 잘받고 공부가 너무 재밌고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글쎄.. 공부가 재밌다니까? 이게 믿겨?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그렇게 지루해하고 싫어하던 내가...

 

공부가 재밌다니까?! 아니?!

 

그래서 4드론테크 감성, 빨리 빨리 감성으로 최단기 합격이 가능한 순경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때 든 생각은 공부에 대해 자신감을 넘어서 솔직한 심정으로 거만한 마음까지 들었다.

 

 

 

 

"응 ~ 경간부도 아니고 순경 시험이야 ~ 무조건 1년컷이야 ~ "

 

 

" 응 ~ 나 토익 900이야~ 경찰영어 ㅈ밥이야 ~ 그냥 1년 컷이야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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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참 거만했다.

 

물론 속마음이라 주변 사람들한테 절대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순경 준비하는 걸 친구들한테 말하지 않았다.. 수험기간 1년 넘어가면 창피할까봐 ㅋㅋㅋㅋㅋㅋ)

 

다만, 나름 합리화를 하자면 그때 이 거만함이 수험 준비에 있어서 마인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어떤 시험이건 내가 도전할 때

 

'이 시험... 내가 붙을 수 있을까?' 이런 소극적이고 초식적인 마인드보다는

 

'이 시험 ㅈ밥이야. 난 이 시험 붙을 수 밖에 없어'처럼 자신감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만심이건 거만함이건 말이다.

 

승부에서 이긴다고 스스로 확신을 가져도 이길지 말지 모르는데..

 

처음부터 질지도 모른다는 나약한 마음으로는 택도 없다.

 

 

2019년 4~5월에 시작한 순경공부 그렇게 수험생활 한지 딱 1년이 지났을 때 2020년 5월에 시험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2문제 차이로 떨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떨어진건 둘째치고 1년안에 붙을거란 나의 생각이 엇나갔고,

 

사람마다 장수생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에게만큼은 1년이 장수생기준이었다.

 

그렇게 나는 장수생이 된 것이었다.

 

틀린 문제를 복기하면서 나의 실수를 자책했지만 무엇보다 한심했던 것은

 

시험날에 약효가 100% 돌지 않았고, 어쩌면 문제집 몇개를 더 푸는 것보다 실전 시험에서 약물, 수면, 식사량 등 루틴에 관련된 최적 조건을 찾는 것에 소홀한게 참 아쉬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 7월 엄밀히 말하면 이때 우울증이 찾아왔다.

 

ADHD 약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식욕저하된 상태로 억지로 식사를 하는 행위... 셀프 식고문

(비유하자면 감기몸살이 심할때 입맛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밥을 먹는 느낌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수험기간 1년이 넘어가서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 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에 의해 의기소침해지고 부정적이고 우울해졌다.

 

내가 정신과에가서 항우울제를 복용하기로 결심한 것은 다름아닌 벌에 쏘인 날이었다.

 

 

 

 

 

독서실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데 갑자기 목 뒤가 엄청 따가웠다.

 

그렇다. 벌에 쏘였는데 갑자기 '지금 나 시험 떨어졌다고 벌까지 날 무시하는거야? 내가 만만하지 아주?' 이런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내가 한심하고 처연하게 느껴지고 불쌍했다.

 

 

 

그때 마치 해바라기의 김래원마냥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감성으로 울었다.

포효까지는 아니구 그냥 눈물이 떨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냥 약 먹자.

ADHD 약처럼 약 먹으면 우울한 감정 싹다 나아질거야.

 

결국 그렇게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몇달간 복용했고 긍정적으로 기분이 많이 호전됐다.

 

그리고 다음 시험인 2020년 9월 시험에 안정적인 점수로 최종 합격했다.

 

그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우울증이건 불면증이건 ADHD이건

 

뭔가 의심되면 정신과병원 부담스러워하지말고 그냥 갔으면 한다.

 

인터넷 검색만 주구장창 하면서 병원을 고민할 시간에 그냥 병원에 가라!

 

 

 

 

 

 

 

"응 ~ 어차피 약 먹으면 그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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