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1(비록 나는 불량품이지만...)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1(비록 나는 불량품이지만...)

Nomadic-Basil 2022. 11. 5. 23:21

 

 

있잖아.

 

나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

 

원래는 메디키넷20mg, 항불안제, 인데놀 이렇게 3종류를 먹고 있었지.

 

 

 

'콤플렉스 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1. 27살, ADHD를 알다. 2. 28살, 경찰이 되다. 3. 29살, 경제적 자유를 꿈꾸다. 4. ? # Insta ID : nomadicbasil300

nomadic-basil.tistory.com

 

 

[콤플렉스 일기] 봤나 모르겠는데, 나에겐 예전부터 있었던 증상이 있었어. 

 

그런데 자세히 찾아보니까 정확히 병명이 있더라.

 

그런데 굳이 병명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아. ADHD는 뭔가 오픈해도 당당한데, 콤플렉스 A 병은 오픈하기가 매우 꺼려지네. 그래도 글 보면 대충 느낌은 올거야.

 

A라는 병에 자세히 조사해보니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병이고 유전 확률이 꽤 높다네.

(도파민..또 너야?)

 

알고보니 콤플렉스 A라는 병은 부모님이 똑같이 있었지. 즉 유전으로 봐도 무방해.

 

그래.

 

ADHD도 유전, 콤플렉스 A병도 유전이지.

 

그래 그렇다고 쳐. 지금와서 부모님을 탓해서 뭐하겠어?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어.

 

쉽게 말하면, 음 나는 셸리 케이건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중에 일원론에 가까운 가치관을 갖고 있어. 물리주의라고도 말하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하는 바와 결이 비슷해. 내가 나약한게 아니야. 나약한 유전자가 나의 몸을 통해서 증상이 발현되는거지.

나의 의지, 나의 정신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98(제주도 여행 후기)

화요일~금요일까지 3박 4일동안 제주도에 다녀왔다. 사실, 장롱면허라서 뚜벅이 여행을 해서 그런지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나중에 도로연수를 받아서 제주도 해변도로를 마음껏 달리

nomadic-basil.tistory.com

 

항불안제랑 인데놀 복용하면서 나의 A병은 꽤나 호전됐어.

 

완벽하게는 아니고.. 음 약효가 잘 들때는 80~90프로까지 증상이 억제되는데

 

약효가 잘 안들때는 50%에도 못미쳐. 

 

특히 나의 A 병은 특정환경에서 특정상황과 결합하면 반드시 일어나. 단 한번의 예외도 없어.

 

특정환경은 일단 좁은 공간에 사람이 오밀조밀 모여있어야 돼. 

 

폐쇄공포증도 있나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일단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으면 일단 나의 스트레스 수치는 굉장히 높아져.

 

대표적으로 학창시절.. 교실? 나때는(라떼는) 한 교실에 45명 있고 그랬거든. 다닥다닥 붙어있고. 나에겐 숨막혔어. 이때 콤플렉스 A 증상이 자주 일어났어.

 

지금의 시점으로는 정확히 경찰버스지. 좁은 버스에 덩치큰 남자 20~25명이 다닥다닥 앉아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지금 A 병이 제대로 도졌을거야.

 

이런 답답한 특정환경에다가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특정상황이 겹치면 무조건이야.

 

일단 경찰버스에 타면 예기불안(그 상황이 곧 올 것 같다는 불안)이 굉장히 높아져서 불안한 상태가 디폴트야.

(불안장애로 생각해)

 

 

게다가 특정상황까지 겹치면 갑작스럽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나기시작해.

 

죽고 싶다는 느낌은 아닌데 그냥 게임처럼 로그아웃해서 지금 이순간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 

 

이 발작? 공황? 패닉 상태는 10~20초내에 사라져.

 

이 10~20초 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지.

 

뭐 아무튼 항불안제로 나의 A 병을 완벽하게는 억제를 못한다. 의사선생님한테 말씀드리니 새로운 약을 추가로 처방해주셨어.

 

약을 검색해보니,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줘서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PTSD 등에 효과적인 약물이더라고.

 

의사선생님이 정확히 '공황장애'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는데 약을 보니까 내가 공황장애도 있어보여서 이런 약을 처방해줬나 싶기도 하고?

 

공황장애 증상보니까 상당히 내가 겪는 증상과 유사해서 개인적으로 공황장애라고 생각해.

 

엄밀히 말하면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하위개념이니까 서로 굳이 철저히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겠냐만.

 

나에게는 평상시 불안도 있고 갑작스럽게 오는 패닉, 발작 상태도 있으니까.

 

불안장애랑 공황장애도 있는 듯 싶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하루에 총 13알의 약을 먹어.

 

아침에 메디키넷 1알 + 항불안제 1알 + 인데놀 2알(10mg짜리)

 

점심에 메디키넷 1알 + 항불안제 1알 + 인데놀 2알(10mg짜리)

 

늦은 오후에 : 항불안제 1알 + 인데놀 2알(10mg짜리)

 

자기전에 공황장애 약 1알 + 멜라토닌 1알까지.

 

하루에 13알의 약을 먹다니.. 참 많이도 먹는다. 그치?

 

나도 안믿겨. 내가 이렇게 많은 약을 먹게 될줄은 몰랐어.

 

그래 결국 나는 ADHD, 불안장애, 공황장애까지 왔어.

 

타고난 유전자 + 기동대의 합작품인가 싶다! ㅎㅎ

 

지금의 내 처지가 슬프다? 억울하다?

 

이런 감정적인 느낌보다는 아까 말했던 일원론적 관점, 물리주의적 관점으로 봤을 때

 

나를 자동차로 비유하고는 해.

 

내가 자동차라면 나는 타이어가 공기압이 안맞고 엔진에 고질병이 있고 차체 밸런스도 잘 안맞고 단차도 심하고 그런 불량품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누구는 평생 정신과 약 안먹고 잘만 사는거 같다가도 나는 대부분 타고나길 정신과 약을 먹어야만 남들처럼 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뭐 극단적인 생각? 엄청 부정적인 생각은 아니야. 난 이악물고 어떻게는 살아보려고 해.

 

그래도 공황장애 약 하루 먹었는데 효과는 꽤나 만족이야. 이 약은 ADHD약이랑은 다르게 4~6주 정도는 복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 중간에 단약하면 안되고..

 

일단 꾸준히 약 먹어보고! 비록 내가 불량품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자가수리해가면서 살아볼게.

 

부디 이 글을 읽는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

 

안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