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2(약물치료 7년차 후기)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2(약물치료 7년차 후기)

Nomadic-Basil 2025. 5. 27. 00:46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카테고리에서 포스팅을 거의 3년만에 작성한다.

사실 ADHD 약물치료에 대한 100편이 넘는 후기를 작성하면서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더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글을 더이상 작성하지 않았다.
어쩌면 본 글이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의 마지막 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랜만에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약 7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ADHD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비교적 장기간 약물 복용에 대한 후기를 써보고자 이렇게 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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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부터 병원에서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약물 복용(콘서타, 메디키넷)을 시작하면서 이 블로그도 함께 시작됐다.

지금까지도 메디키넷을 복용 중이며, 만으로는 약 6년 반, 햇수로는 7년 차가 되었다.
‘7년’이라는 시간을 비교적 길게 느껴지도록 풀어쓰자면,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27살이던 취준생 시절부터 경찰 공무원 수험생활을 거쳐, 근속승진해서 33살의 경장까지 이른 기간이다.
꽤 긴 시간이 아니겠는가?
 
수험생 때는 거의 매일 복용했으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로는 근무할 때만 복용하는 편이라 주 3~4회 정도 복용하고 있다.
 
근무 중에는 수험생 시절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에, 비교적 마일드하게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 근무 때는 집중력보다는 ‘깨어 있으려는 목적’, 즉 각성제의 관점에서 복용한다.
왜냐하면 야간 근무 중 메디키넷을 복용하지 않으면, 새벽 3시부터 몰려오는 살인적인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 쏟아지는 졸음을 ‘쌩’으로 버텨야 하는데,
 

그게 정말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세 번 강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 교대근무 직업 하지 마세요. 제발 경찰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구대 근무는 오히려 야간에 머리가 또렷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구대의 야간 근무는 신고 출동의 난이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사람, 흉기를 들고 자해 혹은 타해하려는 사람, 난폭한 정신질환자, 현행범 체포, 갑작스레 경찰관에게 달려드는 사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삼단봉이나 테이저건을 빠르게 꺼내야 하는 판단력과 민첩한 행동이 요구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졸음’과 ‘신고 출동 시 빠른 판단’을 위해 복용하는 것이다.


약물 복용 7년 차, 나보다 더 장기 복용한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약물 치료 시작부터 지금까지 7년간 블로그에 후기를 꾸준히 기록한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
정신과 병원 방문을 망설이는 사람, 약물 치료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이 글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이므로, 너무 맹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1. 의존성에 대하여

약물에 대한 ‘의존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듯하다.
‘의존’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다 보니, 편견이 생기는 듯하다.
먼저 말하자면, ‘중독성’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꼭 이해했으면 한다.
ADHD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본 결과, 나는 중독성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금단 증상이나 약에 대한 강한 욕구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의 경우에는 식욕부진, 구역질,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같은 부작용이 명확해서, 쉬는 날에는 되도록 복용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점에서 중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존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 없이 생활하는 게 불편한 것과 같다.
시력이 나쁘면 책 읽기, 운전, 휴대폰 사용 모두 불편하다. 그래서 안경을 쓴다.
고도근시에 난시까지 있다면, 안경 없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존성’은 이런 의미다. ADHD 약물은 안경 같은 것이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에 '의존'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2. “정신과 약”에 대한 무던함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정신과 약”이라는 단어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진 듯하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정신과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정신병자가 된 건가?” 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복용한 지 거의 7년이 되었고, 정신과 약에 대해 많이 무던해졌다.
우울증이 있다면 세로토닌 쪽에 문제가 있어서 약을 먹는 것이고, ADHD가 있다면 도파민 쪽에 문제가 있어서 약을 먹는 것이다.
뼈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상처가 나면 소독약을 바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팅’은 신중하길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 중, 사회 경험이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지만
가끔 중/고등학생이거나 대학 새내기 분들이 “친한 친구에게 ADHD를 고백하고 싶다”는 댓글을 남긴다.
물론, 본인의 선택이다. 다만 나는 극렬히 반대하는 편이다.
이 블로그는 ADHD나 기타 정신과 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톤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김구라 같은 메이저 연예인들도 라디오스타 등 방송에서 정신과 약 복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여에스더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우울증 치료 경험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 인식 속에서는 정신과 질환이나 약물 복용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지배적이다.
PC적인 말로는 “괜찮다”고 말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내 옆 사람이 그 사실을 밝히면 무의식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는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친구가 5년 후,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진짜’ 친한 친구일까?
굳이 자신의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콤플렉스를 가족 이외에 알릴 필요는 없다.
설령 본인이 그것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4. 정신과 기록에 대하여

이전 포스팅에서도 여러 번 다뤘던 주제인데,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개인의 정신과 진료 기록은 누구도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없다.
내가 입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유튜브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취업이 안 된다는 도시괴담이 떠돈다.
물론, 아주 극소수 직업군에서는 정신과 기록을 본인의 동의하에 제출하게 한다.
(예: 판사, 검사, 항공기 조종사, 국정원 등 / 현재는 어떨지 모름, 각자 찾아보길 바람)
하지만 이런 곳은 정말 특수한 케이스이고, 전체의 99% 직군에서는 정신과 기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내가 다녔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예전에도 이런 특수 직업군을 준비하던 ADHD 환자가 있었는데, 의사가 의견서를 긍정적으로 작성해줘서 별 탈 없이 임용되었다고 한다.
ADHD를 ‘강제 아웃팅’하게 되는 건 분명 감점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의사 소견서 등의 방법으로 해결된 실제 사례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팩트를 원하면 아래 기사를 보세요! 
 

정신과 진료에 따른 불이익, 최신정리   [연세광화문정신과]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고민하시는 부분입니다. 정신과 진료를 보면 취업 때 불이익을 받나요? 공무원이나...

blog.naver.com

 

 

[단독] 올해 신임 검사 채용부터 ‘정신병력’ 안 묻는다

인권위 “선발 불이익 우려… 인권침해” 신임 검사를 채용할 때 지원자의 정신질환 치료 여부까지 묻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

www.twig24.com

 
 
 
정확히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ADHD는 희귀질환이 아니다.
 
ADHD의 유병률은 약 5%이라는 의학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이는 왼손잡이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그만큼 ADHD는 흔한 것이다.
 
오히려 정신과병원에가서 치료를 받고 ADHD 증상이 호전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것이다.
제일 안타까운 사람들은 자신이 ADHD 인지 의심조차도 없이 스스로 한심하다며 자학하는 사람들이다.
아마 공무원시험이나 고시 장수생들 중, ADHD 검사를 받으면 꽤나 많은 비율이 ADHD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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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물치료와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 ADHD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ADHD는 단지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를 뿐이며, 결코 부끄러워할 만한 질환이 아니다.
 
약물치료 또한 창피한 것이 아닌 자기관리의 시작이며,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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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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