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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37] 지구대 계급별 특징 본문
실습생 때, 지구대 1년 남짓 기동대를 거쳐서 다시 지구대 6개월... 약 1년 6개월 간 소위 지역경찰이라 불리우는 지구대 근무를 한 바 지구대 계급별 특징을 드라마 라이브 토대로 포스팅을 작성해본다. 짧은 시간 동안 겪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그저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지구대장은 보통 경감 ~ 경정으로 이루어지며, 바쁘고 소속인원이 많은 지구대는 경정급이 많이 온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지구대장이 상시 사무실에 앉아서 지휘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겪은 지구대는 신고/사건 지휘는 거의 하지 않는다.
소내에서 간단한 행정처리를 한 뒤 대부분의 시간은 윗층 지구대장실에서 개인정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대장은 차후 승진을 위한 요직보다는 머리 식히며 쉬어가는 부서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어 경찰대나 경간부 출신 경감~경정이라면 1년~2년정도 힐링하다가 경찰서 및 서울청이나 본청 등 주요보직으로 가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만약 순경출신이라면 사실상 경감~경정이 올라갈 수 있는 현실적인 계급이다.
순경 출신인데 경정이라면 소위 과거에는 주요보직에서 한가닥 했던 분들일 가능성이 높고 완벽주의자거나 성격이 깐깐하거나 엄청난 정치력의 소유자 이었겠지만..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는 다 내려놓으셔서 그런지 팀원들 터치 안하는 경향이 있다.
순경출신의 정년 얼마 남지 않은 지구대장! 노터치 노관심, 최고의 지휘관이 아닐까 싶다.
지구대 팀장은 모두 경감이다.
지구대장은 신고에 직접 뛰는.. 소위 필드에 나가지는 않지만 지구대 팀장부터는 필드에 나가기 시작한다.
긴급하고 위험하지 않은 일반적인 신고는 출동하지 않고 대게 성폭력, 강도, 흉기로 위협하는 등 위험도가 높은 강력 사건은 팀장이 직접 현장에 임장해서 지휘한다. 강력사건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기에 팀장은 사실상 필드에 나갈일은 많이 없다. 지구대장은 거의 윗층 지구대장실에 있으니 지구대만큼은 사실상 팀장이 실세이다.
승진을 비교적 빨리한 경감팀장이라면 소속팀원들이 오히려 선배거나, 나이가 더 많은 경우가 있기에 군대와 계급이 절대적인 군대와는 달리 팀장은 대부분 나이가 비슷하거나 계급이 같은 경감팀원, 나이많은 경위와 상호존중하면서 배려하면서 근무한다.
경찰 내에서는 갑질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갑질하는 팀장은 이미 청문(감찰)에 찔려서 팀장직을 유지못하기 때문에 가면일지라도 어느정도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려고 한다. 팀장직 짤려서 팀원으로 내려가면 여타 다른 팀원처럼 똑같이 신고 출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팀장자리를 유지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청문이 아니더라도 최근에 상호평가제도같은 것이 생겨 순경 경장 등 계급이 낮은 팀원들이 팀장을 익명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때 만약 갑질을 했다면 순경 경장들이 평가를 최하점을 주고.. 팀장 자리가 위험하니 팀장입장에서도 막내순경이라도 최대한 갑질을 안하려는 듯 보인다.
게다가 경감 근속승진 제도가 몇년전부터 생겨서 급속도로 경감계급자가 늘어나면서 팀장 자리에 어느정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팀장은 팀원들의 1차 인사고과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인사고과라고 하면 시험승진, 심사승진 등 승진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력을 주기 때문에 승진에 목마른 사람이 있다면 팀장에게 잘 보이고, 팀장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수>를 주고 누구에게 <양>을 줄지 나름 고민이 많은 듯 하다.
순찰팀원으로써 경위는 워낙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경찰대학교 출신, 경간부 출신
20~30대 경위라면 어차피 중요보직, 주특기 커리어 찾아서 다른 곳으로 갈거기 때문에 지구대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젊기도 하고 아직 경찰에 입직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신고출동을 같이 나가면 현장장악력이라던지 피혐의자 및 민원인과의 기싸움에서는 밀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확실히 두뇌는 스마트 하다. 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옆에서 감탄(?)할 때가 몇번 있다. 확실히 필드보다는 수사, 기획, 행정 등 다른 곳이 더 어울리는 분들을 많이 봤다. 뭔가 간부출신인데 지구대에서 신고 뛰는 모습은..어울리지 않는다.
이질적인 느낌이랄까?
20~30대 간부출신 분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순경출신인 내가 실수했을 때랑 팀장님이 업무적으로 질책할때 온도차이가 커서 조금은 자괴감이 들었다.
나한테는 "바실이는 여기 들어온지 3년차랬나? 4년차? 근데 이런 실수를 해? 정신 좀 차리자" 라고 하는데
간부출신한테는 "X주임, 지구대 잠깐 있다 가는거 아는데 그래도 신경 좀 써줘?" 약간 이런 늬앙스이다.
하긴 성골과 6두품은 엄연히 다르니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다.
순경출신 노주임 ~ 노경감
물론 수사부서에서 오래 근무하셔서 법쪽으로 박학다식한 분들도 지구대에 종종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지구대에서만 20~30년 이상 근무하신 지구대학(?) 출신의 와일드하고 거친 50대 노주임, 노경감을 위주로 설명하겠다. 노주임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 어느정도 비꼬는 단어지만 여기서만큼 비꼬는 단어가 아닌 나이가 지긋한 베테랑 경찰의 의미임을 미리 밝힌다.
워낙 사람바이사람 이기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고..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나눠서 설명하겠다.
좋은 예
20~30년이상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실무에서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 나중에 민원 안먹을지, 문제 없이 일처리 하는 법을 알려준다.
민원인이 경찰에게 시비조로 얘기하면 단호하게 기싸움 대신 해주는 것(명백한 범죄가 아닌 이상 사람들간 애매한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잘 화해하고 중재해야 하는데 경찰관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시비조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30대 순경이 50~60대 아저씨랑 기싸움에서 상대가 되겠는가?) 이때 노주임의 베테랑 짬이 나온다. 강하게 나올 땐 강하게 응대하고 살살 달래줄땐 살살 달래주는 이 노련미! 가끔 옆에서 보면 감탄한다.
나쁜 예
대다수의 노주임분들이 열심히 일 한다. 다만 간혹 이런 안좋은 사례는 대부분 노주임, 노경감일 경우가 크다.
이 점 참고하길 바란다.
20~30년 전에 경찰 채용을 할 때는 법과목이 없었다고 하는데.. 법을 잘 모른다. 당연히 최신 판례도 모르고 킥스(사건보고서, 압수서류 등등) 작성할 줄도 모르고 시스템 만질 줄을 모른다. 분명히 현행범체포 요건이 아닌데 현행범체포하라고 지시한다. 만약 체포하면? 노주임은 킥스 시스템을 만질줄 모르기 때문에 킥스는 부사수인 순경장 이름으로 쓰게 되는데, 나중에 체포요건 아닌데 왜 했냐고 형사계, 수사부서에서 전화는 당연히 킥스 명의자인 부사수에게 온다. 그땐 노주임은 스윽 빠진다. 지구대 대다수 민원은 Lost 112 습득물/분실물 관련인데, 습득물 시스템 만질 줄도 모르고 할 의지도 없다.
모든 노주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주취자신고 나가면 순찰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부사수인 순경장보고 알아서 해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차안에서 쉬고 있다. 같이 상황근무(신고 안뛰고 민원인 응대, 지구대 전화 받기, 신고 지령 등)하게 되면 아예 뒷 자리에가서 티비를 보거나 의자 젖히고 누워서 자고 있다.
순찰차는 2인1조이다 보니 같은 부사수가 일 잘하는 에이스급 경장~경사급일 경우에는 잘 대해준다. 왜냐하면 일 대부분을 부사수가 하다보니 일 잘하는 부사수랑 싸워서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갓 실습생이거나 아직 업무능력이 미숙한 1~2년차 순경일 경우에는 갈구는 경우가 종종있다.
너가 일을 못하면 내가 해야되니 귀찮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귀찮고, 가르치자니 내가 그렇게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등 여러 이유에서 말이다.
그런데 여경한테는 한없이 스윗하다. 아마 실습남경한테 하듯이 여경한테 했으면 애초에 감찰(청문)에 신고 당해서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남경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나한테 아주 까칠하게 신경질 내던 노주임은 여경한테 스윗하게 해서 당뇨병 걸릴 뻔했다.
대부분은 이런 분들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하고
팀장이나 대장보다 선배거나 연장자인 경우가 많아 팀장이나 대장도 딱히 뭐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20~30년 경찰관으로서의 그간의 노고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베테랑 경찰관이라면 적어도 본인의 신임순경시절을 생각해서 후배에게 조금은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경장-경사급은 지구대에서 없어서는 안될 허리라인이며 에이스가 많이 포진해 있는 계급대이다.
보통 4년차부터 10년차까지가 많다.
나이는 대게 30대~40대초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실무경험이 꽤나 쌓이나 보니 업무적으로 빠삭하고, 능숙하고, 적당히 융통성도 있는 상태다. 판단도 빠르고 킥스 시스템 잘 다루고, 법 조항 찾아보고 판례도 찾아보는 등 지구대 신고출동 해결의 주요 해결자이다.
실제로 나도 지구대 신고출동 나가서 해결이 잘 되지 않을 때, 판단이 명확하게 서지 않을 때는 보통 경장-경사분에게 전화를 하여 코칭을 받고 해결하는 경우가 꽤 많다.
실습생 순경이 들어오면 대부분 이분들이 멘토를 맡게 된다.
실습생 입장에서는 왜 바쁜 지구대에 가야하냐면 이런 경장-경사급이 많아야 멘토로 이런 분들이 지정되고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한가한 파출소는 이런 경장-경사급이 없고 대부분 노주임뿐이다.
어디 지방의 시골 파출소는 55세 주임이 막내라더라. 여런 시골 파출소에 실습생으로 가면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구대 일을 배우는 것은 엄연히 도제식 방식이기 때문에 선배랑 사이가 틀어지면 일을 물어보거나 배울 수 없으니 왠만하면 선배들이랑 원만하게 지내야만 한다.
선배 팀원, 상사 눈치봐야지 민원인들 한테는 순경이라 무시당하지, 여러모로 서러움 있는 계급이다.
그래도 2~3년 일하게 되면 업무도 숙달되고 일도 잘한다는 칭찬도 듣게 되면서 노주임(?)들의 신뢰를 받게 된다.
실습 순경이랑 다르게 어느정도 인정해줘서 여유는 생기는 듯 하다.
내가 지금 딱 이 포지션인 것 같다.
마침 드라마 라이브보니 김종훈 배우가 연기한 민원우 순경이 딱 나의 포지션인 것 같다.
나이도 비슷하고 지인들이 전문직들이 많은 것도 똑같네..
나의 친형제도 전문직, 대학 동기들도 노무사, 감평사, 대기업 등에 취업해서 나름 잘 풀렸는데 어디가서 순경이라고 말하기 창피한것 드라마 라이브의 민원우 캐릭터와 비슷하다. 소름!
실습 순경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내년에 승진이다. 참 시간 빠르다.
나도 지구대의 허리, 에이스 경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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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삘받아서 포스팅 한 번 써보았다!
안녕!
'바실의 도전기 > 경찰 일기 (2019.05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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