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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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25] 몰아쓰는 옴니버스 일기

Nomadic-Basil 2022. 6. 3. 01:18

그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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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1. 우울증은 아니였나봐.

 

 

아마 2달전쯤 이었을거야. 나 우울증약 잠깐 먹었었다?

 

참 신기해. 내가 말했잖아. 이번년 2월에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았고 사람들도 다 좋다고.

 

이전 지구대에 있던 쌍욕하면서 갈구던 그런 몰상식하고 군대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없어.

 

분명히 이전보다 직장동료, 상사도 괜찮아졌는데... 그냥 출근하기가 싫어.

 

하긴 출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출근할때마다 그저.. 한숨만 나오곤 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너가 원하는게 정말 경찰이니?"

 

경찰 1년 넘게 하면서 나랑 뭔가 자꾸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바로 경찰을 그만두고 문돌이 출신인 내가 어디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회사에서 나를 써주기라도 할까?

 

아니지, 운좋게 어디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괜찮은 회사로 이직한다한들

 

회사 자체가 원래 수직적이고 보수적인거 아니야?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이직한 회사도 결국 나랑 맞지 않는다고 느끼겠지.

 

그럼 나는 뭘 해야돼? 경찰 평생해야 되는거야? 

 

왜, 다들 가슴에 사직서는 하나씩 품고 다닌다며.. 다들 나처럼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거야?

 

나만 예민한거야? 이게 그 직장에서 한번 씩 온다는 사춘기 같은건가?

 

아무튼 이런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겹쳐서 하루하루가 재미없게 느껴지고 좀 다크해졌어.

 

그래서 정신과 선생님에게 얘기하고 우울증약을 먹고 싶다고 얘기했어.

 

분명히 내가 수험생때도 우울증이 의심돼서 우울증약을 먹었는데 그때는 약효가 꽤 괜찮았거든?

 

행복해지고 조금 더 삶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느낌이 들었어.

 

그때 우울증 약이 잘 들었다는건 반대로 내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거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부작용만(몽롱,졸림,몸살 걸린 듯한 느낌) 있더라고

 

바꿔서 얘기하면 내가 최근 느꼈던 다크한 감정이 우울증은 아니라는 소리겠지.

 

하긴 인생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우울증 약으로 해결하려 했다니.. 너무 약에 의존했나 싶기도 하네.

 

우울증 약은 2일 정도 먹고 바로 안먹었어. 의사쌤도 부작용 심하면 먹지 말라더라. 지금은 안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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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2. 버티다 기절

 

경찰 기동대는 업무가 크게 주간/야간으로 나뉘어.

 

야간 근무는 한 달에 5번 정도 있어.

 

 

 

광화문 와본 적 있어? 아마 이런 버스를 봤을 거야.

 

야간 근무는 이런 경찰버스에서 밤새 있어야 돼...

 

야간근무시간은 12시간이고, 개인별로 지정된 실제 근무시간은 2~3시간이야.

 

그러면 실제 근무시간을 제외한 9~10시간은... 밤새 저 경찰버스에서 있어야 돼....

 

20명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버스에서 자는거지.

 

물론 버스에서 잘 자는 사람도 있어. 머리만 대면 잠 잘자는 사람들 있잖아. 

 

하지만 난 그런 체질과는 정반대인가봐.

 

의자를 뒤로 젖히긴 하는데 좁은 버스에 오밀조밀 모여서 잔다는 그 심리적인 불편함이 너무 싫어.

 

그리고 버스 옆자리가 나이대 비슷한 같은 순경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옆자리에 짬차이 많이나는 상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너무너무 불편해.

 

내가 예민한 것도 있겠지.. 아무튼 나는 이런 이유로 야간근무 때 버스에서 잠을 잘 못자.

 

그렇게 새벽 2시정도까지는 음악을 듣고 버티곤 해.

 

몸은 정말 너무너무 피곤한데.. 별로 자고 싶지가 않아. 그놈의 심리적 불편함때문에 잠이 안와.

 

새벽 3시쯤 되면 별 생각이 다들어.

 

'그래도 1인 1실줘서 편하게 잘 수 있었던 지구대가 그립다.'

 

'아 경찰 진짜 그만두고 싶다. 아니.. 그냥 지금 죽는게 편하겠다'

 

'이런 생활을 2년동안 해야한다고?'

(서울 신임 순경은 기동대에서 의무복무를 2년동안 해야함)

(요즘 군대는 1년 6개월 아닌가?)

 

새벽 3시쯤 온갖 짜증을 속마음으로 생각하다가 그렇게 기절해버려.

 

나는 자려고 한 것도 아닌데 몸의 한계치랄까? 그냥 몸이 방전되듯이 자버리는 것 같아.

 

버티다 기절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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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3. 이직 공부.. 솔직히 모르겠어.

 

 

내가 저번에 말했지?

 

이직을 결심했다고. 내면에서 간절히 원하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직업까지는 아니야.

 

그래도 합격해서 이 직업을 갖게 된다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을 추구하는 나에게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

 

얼마전에 수험서를 보면서 공부를 좀 해봤는데...

 

스스로 확신이 없네.

 

 

음...사실 순경 시험에 붙어서 하는 얘기지만,

 

순경공부 시작할 때는 그래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에이, 경찰간부시험도 아니고 순경시험인데 뭐 붙겠지, 설마 떨어질까?'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나름 자신감이 있긴 했어.

 

 

그런데 이번에 이직 공부 잠깐 해봤는데 드는 생각은

 

'와 이정도면 전업으로 해도 붙을까 말까 같은데.. 일하고 병행하면서 어떻게 하지?'

 

'붙을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 

 

 

그래도 뭐 남는 시간에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공부는 계속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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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쓰는 옴니버스 일기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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