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24] 이직을 결심하다.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24] 이직을 결심하다.

Nomadic-Basil 2022. 5. 3. 23:28
드라마 라이브의 장면(실제 경찰 기동대 근무 모습과 매우 유사함)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쓸게요.



나의 블로그 정체성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ADHD 환자의 투약일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경찰일기>이다.

두번째 정체성인 <경찰일기>가 구글 키워드로 잡혀서 그런지 경찰수험생 분들이 제법 찾아온다.

경찰수험생분들이 다소 실망할 수 있기에 본 소재를 쓰기가 망설여졌으나 일기 형식의 블로그인 만큼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쓰기로 하고 가감없이 글을 써내려 간다.

경찰이 나쁜 직업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의 글은 아니다.

경찰은 충분히 가치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의 가치관, 성향과 거리가 멀기에 다소 부정적인 글의 늬앙스를 널리 이해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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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시보해제를 했다.

공무원은 임용 후 일정기간 시보(회사로 치면 수습사원) 기간을 갖게 되는데 시보기간이 끝나면 정규직 공무원으로 정식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경찰공무원의 경우는 시보기간이 1년이다.

내가 지구대/파출소부터 시작해서 정식으로 경찰공무원으로 일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참 시간이 빠르다.

1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나랑은 맞지 않는다' 였다.

하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말 경찰이 꿈인 사람들도 막상 경찰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사명감은 신기루처럼 보이고

월급날만 기다리는 타성에 젖은 직장인화(?)가 되는데(수십년 동안 경찰로 일했음에도 사명감이 투철하신 분들도 물론 있다. 이런 분들은 정말 존경한다)


나처럼 어렸을때부터 경찰이 꿈도 아니었고 그저 먹고살기 위해 들어온 케이스는 오죽할까?

[경찰일기 14] 젊을 때, 이직하라고요?!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을 가지고 지구대/파출소에 첫 출근하던 날이 떠오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꿈도 아니였고, 나에게 과연 숭고한 사명감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구

nomadic-basil.tistory.com



지구대/파출소 실습 첫날 아직도 기억한다.

산전수전 다겪고 흰머리가 눈에 띄는 주임님께서 "야, 막내야. 너 임마 인사기록 보니까 대학도 괜찮은 곳 나왔고 능력도 있는 것 같은데.. 뭐하러 경찰했어? 나야 뭐 경찰 계속 하는 건데, 너 임마 젊을 때, 머리 잘 돌아갈 때 다른 직업 알아봐 임마. 나중되면 옮기고 싶어도 못해" 라고 했던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실습 첫날부터 무슨 김빠지는 얘기를 하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 근데 웬걸 1년이 지난 지금에서 그 주임님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복잡미묘한 깨달음을 글로 표현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표현한다 한들 꽤나 적나라하기에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겠다.


결국 더 늦기 전에 이직을 도전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경찰 말고 그저 막연하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나는 원체 자유롭고 독립적인 업무환경을 추구해서 그런지
[나처럼 ENTP는 군대,경찰 같은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정말 맞지 않는 듯 싶다 :( ]

작은가게 사장이 되어 장사도 해보고 싶고 나만의 아이템으로 창업도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번째는 어느정도의 시드머니가 모여있어야 하며,

두번째는 사업 아이디어가 명확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드머니와 사업 아이디어는 단번에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었다.

물론 경찰 일을 계속 하면서 시드머니를 모으고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법도 있지만

경찰 일 자체를 위 두가지가 해결될 때 까지 계속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
(요즘에는 출근할때 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만의 사업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되,

지금은 일단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보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이직하고자 하는 곳은 정량적인 공부로 승부를 보는 곳이라 또 다시 공부를 해야 할 듯 싶다.
(세상 일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고 하던데.. 그나마 공부가 제일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직하고자 하는 곳은 업무의 자율성도 보장되고 꽤나 창의력을 요구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극혐하는 수직적인 분위기와 거리가 먼 업무환경이다.

그래도 퇴사를 하고 전업수험생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일과 병행해서 공부해보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이직하고자 하는 곳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붙기만 하면

공무원 호봉을 인정해줘서 꼭 단기간에 합격할 필요가 없기에 공부에 대한 시간적인 압박은 크게 없는 편이다.

고민끝에 오늘 이직 관련 수험서도 다 구매해버렸다.

전업 수험생도 2~4년 정도 걸리는 시험인데 일과 병행하려니.. 어떻게 보면 장기프로젝트일려나?

물론 공부하다가 가슴뛰는 나만의 일을 찾으면 바로 퇴직을 하고 도전할 수도 있겠다만 나에게 그런 깡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가슴뛰는 명확한 일을 찾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현재로서는 경찰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 그리고 가슴뛰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전까지는 이직 공부를 하려고 한다.

뭐 .. 그래도 !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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