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슬기로운 약물생활 02] 적정용량이란 무엇인가?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슬기로운 약물생활

[슬기로운 약물생활 02] 적정용량이란 무엇인가?

Nomadic-Basil 2022. 10. 31. 23:13

 

 

 

피곤하다. 너무 피곤하다. 몸이 썩는게 느껴진다.

 

왜 경찰이 수명이 짧은지 알겠다.

 

아마 정년때 까지 근무하면 연금수령전에 죽지 않을까?

 

확실한 건 내가 주어진 수명까지 온전하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이틀전에는 2시간 자고 출근했고, 어제는 6시간 자고 출근했다.

 

내일도 새벽출근이다. 오늘도 한 5시간 자겠지.

 

그런데 너무 배가고파 피자를 6조각이나 먹었다.

 

소화도 안시키고 자면 배탈날 것 같다. 포스팅 쓰면서 소화 좀 시켜야겠다.

 

그리고 인스타 DM 및 블로그 댓글에 [슬기로운 약물생활] 포스팅 언제오냐고 많이 문의 글을 주셔서

 

나름 책임감(?)을 갖고 피곤을 이겨내고 이렇게 포스팅을 쓴다.

 

그러니까 하트와 응원댓글 좀 부탁합니다..?

 

무관심은 포스팅 의욕을 잃게 만들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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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3년 넘게 ADHD 약물을 복용하면서 내가 느낀 점을 주저리 주저리 적는다.

 

의학적인 팩트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내가 실험자이자 피실험자이다. 모두 뇌피셜이다.

 

다만 이 글이 새내기 ADHD인 당신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ADHD 약을 복용하며 느낀 점은 1시간 동안 수다를 떨어도 모자르지만,

 

3년이 넘는 투약 생활의 느낀 점을 글로 정제하는 과정은 꽤나 힘들다.

 

오늘은 적정용량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짧게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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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용량은 상수가 아닌 변수였다.

 

 

 

강철의 연금술사 - 진리의 문

 

 

내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나에게 맞는 적정용량 찾기> 였다.

 

수험생이었던 나에게 적정용량은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이 애타게 찾던

 

"진리" 혹은 "현자의 돌"과 같았다.

 

보편타당하고 변하지 않은 나에게 맞는 최적의 적정용량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나에게 맞는 약물용량의 값은 상수(일정한 수)라고 생각했으며

 

그 상수값 x를 찾기 위해 매번 기록하며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나에게 맞는 ADHD 약물 용량은 고정 값인 

 

<상수>가 아닌 것을 알게 됐고 그 수는 <변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블로그를 자세히 정독하신 분은 알겠지만 나에게 적정용량은 식사량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해서 포스팅도 과거에 썼었다. 

 

100개가 넘는 ADHD 치료후기 포스팅에서 해당 내용의 글을 찾기 힘드니

 

이렇게 [슬기로운 약물생활] 컨셉에 맞춰 요약만 하겠다.

 

아침에 기분좋은 포만감을 느낄정도로 실컷 먹은 후 메디키넷 20mg(대략 콘서타 45mg와 비슷한 용량)을 먹으면 약효가 거의 없거나 2~3시간 뒤에 약하게 약효가 느껴진다.

(체감 약효가 낮아 공부같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행위는 어렵다)

 

반면 아침, 빈속에 메디키넷 20mg을 복용하면 30분안에 강렬한 각성감을 느낄 수 있다.

 

즉, 식사량과 ADHD 약물효과는 반비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내린 결론(뇌피셜)은

 

ADHD 약물은 자율신경계를 각성(흥분)시켜 교감신경을 촉진한다.

 

반면에, 포만감을 느낄정도로 배부르게 식사를 하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 부교감신경이 촉진될 것이다.

 

자율신경계(교감신경+부교감신경)는 제로섬게임이자 길항작용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아침에 포만감 가득찬 식사를 마치면 부교감신경은 활성화되고 자연스럽게 교감신경은 비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길항작용으로 인해 배불리 식사 후 ADHD 약물을 복용한다면 교감신경 촉진이 매우 미미하거나 더디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메틸계열의 약물만 처방이 되니 도파민 생성, 그 자체를 돕는 암페타민 계열의 ADHD 약물이 아닌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인 메틸계열 약물인지라 더욱 부교감신경 활성화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재흡수 억제제란 쉽게 얘기하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도파민을 어디 떠나지 않고 몸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댐으로 막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쉽게 설명하면 약빨을 잘 받기 위해서는 부교감신경 활성도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약을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각성효과는 매우 우수하지만 2시간 정도 지나면 몸은 음식을 원하는데 구역질이 나서 음식을 먹기 힘든, 무기력하고 축 쳐지는 증상이 찾아온다. 정확히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저혈당? 심한 공복? 스러운 느낌이다.

 

이때는 공부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억지로 식사를 꾸역꾸역하면 허기가 나아지면서 다시 몸이 활기를 찾고 집중이 된다.

 

단, 약빨이 잘들어 입맛이 없을 때 억지로 식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그냥 식고문이다. 이 식고문 때문에 난 우울증까지 겪어봤다.

 

먹는게 너무 힘들어서 영혼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배불리 먹고 ADHD 약을 먹는 것은 약효가 없어서 문제고

 

공복에 약을 먹으면 억지로 식사하는게 힘들고

 

나는 그 중간, 절충안을 찾았다.

 

 

 

최고의 조합 : 짜파게티 + 메디키넷 20mg

 

 

- 처음에는 칼로리에 집중했다. 

 

- 메디20mg은 고정된 상태로 아침에 300kcal, 400kcal, 500kcal, 600kcal, 700kcal 등 각기 다른 칼로리의 식사를 마치고 바로 메디20mg을 복용해봤다.

 

- 칼로리가 적은 식사일수록 약빨은 확실히 잘들었다.

 

- 다만 의문이 생겼던 것은, 나의 이론대로라면 500kcal인 매운 진라면과, 600kcal인 짜파게티 중에 칼로리가 더 적은 진라면이 더 약빨이 잘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500kcal의 라면은 메디20이 그닥 효과가 없었고 600kcal 짜파게티는 메디키넷 20mg 약효가 매우 우수했다. 그 차이는 엄청 컸다.

 

- 아직까지 결론은 못내렸지만, 칼로리를 제외한다면 진라면 매운맛과 짜파게티의 차이는 매운 정도와 국물이 있냐 없냐이다. 그래서 맵거나 국물류 음식은 부교감 신경을 과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뭐가 뭔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600kcal의 짜파게티와 메디20mg은 나에게 최적의 조합이다.

 

 

 

 

 

복용타이밍 : 식후가 아닌 식사 10분전

 

 

- 짜파게티 + 메디20mg의 최적조합을 찾았다.

 

- 그렇다면 메디20mg은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식사 직전 5~10분전에 약을 복용하는 것과 식사를 마친 후 '아 잘먹었다! 맛있어!'와 같은 포만감이 들때 약을 복용하는 것은 체감 약효가 달랐다.

 

- 나에게 맞는 최고의 복용 타이밍은 식사 하기 10분전 쯤에 미리 복용하는 것이다.

 

- 포만감이 들 때 약을 복용하면 약효가 찾아오는 타이밍이 딜레이가 좀 되고 약효 자체도 조금 아쉽다? 라는 느낌이 든다.

 

-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 잘먹었다! 맛있다!'라는 감정을 느낄 때 이미 부교감신경이 꽤나 활성화 된 상태여서 그런가 싶다. 

 

- 의학적인 내용을 떠나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조합은

 

 

[빈속에 메디키넷 20mg 복용 + 10분 후 바로 짜파게티 식사] 이다.

 

 

나의 최적조합이 누군가에게는 최적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ADHD 약물관련 시행착오를 겪는 분들이 앞서 언급했던

 

내가 약물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참고하면서 스스로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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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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