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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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1 (약 없이는 나약한 존재인가?)

Nomadic-Basil 2019. 5. 9. 13:09

 

 

ADHD 약(콘서타 54mg)을 복용한 지 거의 4달이 됐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자세한 변화는 이전 포스팅에 자세히 썼습니다!)

 

나의 삶에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오히려 더 빨리, 병원을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 정도이다.

 

 

 

그래! 좋아.. 약먹어서 공부도 잘돼고, 수면관리도 잘돼고 좋다 이거지..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이

 

<약 없이는 주도적으로 무언가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한 사례로, 어제(5/8 수요일) 있었던 얘기를 하려고 한다.

 

2일 전(5/7 화요일), 취업한 대학교 동기와 술자리를 가졌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였는데, 주로 취업, 직장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

 

친구는 취업을 하려고 온갖 스펙을 쌓고, 인적성 문제집만 7권씩 풀고, 면접스터디, 취업특강을 찾아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했던 친구다.

 

요즘 취업이 정말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 친구는 금방 붙을 줄 알았다.

 

무언가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의 모습을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백수겸 취업준비생인 나로서는 그 친구의 취업을 축하함과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나는 아직 돈벌이도 못하는데..'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은 타들어가는

 

기쁜 술자리이자 자조적인 술자리였다.

 

 

그리고 매일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는 나로서는 그 술이 정말 달았다.

 

그래서인지, 원래 과음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나.. 이런저런 감정에 뒤섞여 과음을 했다.

 

토할 때까지는 아니고.. 2잔 더 먹으면 토하겠다.. 정도의 과음이었다.

 

 

새벽 3시에 집으로 걸어가면서, 괜한 반항심에 입에 담배를 물고 길빵도 해봤다.

(새벽 3시라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어요..ㅎㅎ 평소에 길빵 절대 안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새벽 4시쯤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1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아.. 늦게 일어났네.. 약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숙취는 없어서, 공부는 가능한데.. 지금 약을 먹으면 새벽 늦게 돼서야 잠이 올 텐데...'라고 생각하며

 

어제 약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책가방을 들고 독서실로 갔다.

 

 

사실상 약을 안 먹은 상태에서, 독서실에서 공부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혹시 공부가 좀 되지 않을까?'라고 반신반의하며 공부를 시작했으나.. 

 

<혹시>는 <역시>였다.

 

 

4달 전의 집중을 못했던 과거의 나처럼,

 

20분 정도 인강을 들으니 강사의 말이 들리지 않고 나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인강을 끄고 책을 봤다. 책의 활자가 눈에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뭔가 머릿속이 실타래로 복잡하게 엉켜있는 느낌이다.

 

'그래 이 느낌', 약 먹기 전.. 학창 시절 내내 느꼈던 이 느낌..!

 

그 느낌이 들고부터 책가방 싸고 다시 집으로 왔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약 없이는 도저히 공부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약을 먹고 공부가 너무 잘돼서 행복했지만.. 요즘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약을 끊으면 나는 뭐가 되지?' 나는 약 없이는 나약한 존재인가?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를 가서 깁스를 하고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은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추듯이.. 

 

전두엽이 아파서 ADHD 약물치료를 하고 있지만.. 

 

 

요즘은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면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이 변한 거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오늘도 독서실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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