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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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6(공부가 재밌다)

Nomadic-Basil 2019. 6. 26. 01:19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행복하다.

 

 

[집 - 독서실 - 헬스장 - 수영장]

이런 쳇바퀴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헬스할 때, 아침 수영을 끝내고 샤워할 때가 내 일상의 유일한 유흥이다ㅠㅠ

 

백수이자 취업준비생으로서 거의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고 있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포스팅하고 싶으나, 떨어지면 창피할 것 같아서.. 

내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자세하게 설명은 못하지만.. 여튼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고 있다.

 

아침에 콘서타를 먹고, 약효가 돌기 시작할때쯤이면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혼자 생각한다.

'아.. 독서실 가기 싫다. 오늘 하루 쉴까?'  

이런 생각도 잠시,

대학까지 졸업하고 백수인 내가 한심해서, 결국은 독서실로 바로 직행한다.

 

꾸역꾸역 독서실에 온지도 거의 3달이 됐다.

독서실에 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독서실에 도착하면 아이러니 하게도 공부는 재밌다.

 

내가 독서실에 가기 싫은 이유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답답한 독서실에 하루종일 갇혀있는 그 느낌이 싫은 것 같다.

 

솔직히, 공부하는 과정은 재밌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고, 틀린 문제가 왜 틀렸는지?

곱씹어 보면서 스스로 피드백하는 과정도 재밌다.

 

만약 내가 ADHD인 것을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다면?? 콘서타를 먹지 않았다면..??

절대 '공부하는 재미'를 못느꼈겠지?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80~90분은 쏜살같이 간다. 그래서 하루가 너무 짧다.

 

 

최근에 [FocusTimer]라는 공부 어플을 깔았다.

이 어플을 키고 핸드폰을 책상에 엎어놓으면, 공부시간을 잰다. 

그리고 내가 담배를 피거나, 잠시 휴식할 때, 핸드폰을 반대로 돌려 놓으면 타이머가 멈춘다.

 

이러한 방식으로, 내가 책상에 앉아 순수히 공부에만 집중한 시간을 잴 수있다.

 

ADHD 약물치료전에는, 한번 책상에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20분이었지만,

약을 먹고 한번 책상에 앉아 80~90분씩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신기하게, 저 80~90분이 나에게는 너무 짧게 느껴진다.

한 30분정도 지난거 같은데..? 시계를 보면 어느세 80분이 지나가있다.

 

솔직히 쉬는시간도.. 담배가 피고 싶거나(니코틴 충전!!) 오래 앉아 있기에, 허리가 아파서 쉬는거지..

내가 집중을 못해서 쉬는게 아니다..ㅎㅎ

 

공부하는 시간은 나에게 너무 짧게 느껴지고,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나로서는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행복하다.

 

지금으로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더 빨리 정신과병원에 방문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근거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고등학교때 내가 ADHD인 것을 알았다면..

재수안하고 더 좋은 대학(지금 대학도 만족하긴 하지만..)에 들어갔을 것 같고

대학교 새내기때라도 알았으면, 전문직 고시에도 도전 해봤을 것 같다.

 

아.. 토익 900 맞으려고 토익 11번 보는 짓도 안했겠지?..ㅎㅎ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천만다행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ADHD 의심이 된다면 병원에 꼭 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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