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9(시험 후기 + 약 용량을 다시 올려야겠다.)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19(시험 후기 + 약 용량을 다시 올려야겠다.)

Nomadic-Basil 2019. 9. 2. 10:41

 

 

2019년, 1월에 ADHD 판정을 받고..

약 용량을 맞추는데 2~3개월정도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얼추 나에게 맞는 약과 용량을 찾았다.

그리고 4월부터 시험을 준비했다.

 

그 시험은 8월 말에 있었다.

평균적인 수험기간은 빠르면 1년, 평균적으로 2년정도 걸린다는 시험이었다.

 

4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 나에게는 4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과연 내가 4개월만에 합격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ADHD 약을 먹으면서 고질적인 집중력, 산만함의 문제는 완벽히 해결됐기에,

책상에 오래 앉아서 집중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를 하면서, 틀린 문제는 왜 틀렸으며, 왜 오답을 골랐는지..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하며, 곰곰이 문제에 대해 복기해보는 시간도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그리고 약간의 자랑을 하자면... 나는 공부머리가 괜찮다는 생각도 있었다.

 

 

과 1등! 과탑!!

 

 

 

 

대학교 시절, 엄밀히 말하면 내가 ADHD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시기에, 나는 시험기간에 너무나 괴로웠다.

왜냐하면 공부를 너무나 하고 싶어하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열심히 공부를 해야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으면 ADHD 환자답게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10시간을 앉아있으면 2시간도 공부할 수 없었다.

 

 

이런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점은 꽤 괜찮게 나왔다.

4.43으로 과탑도 해봤다.(전액 장학금 개이득 ㅎㅎ)

집중을 못하는 산만함이 꽤 심한편임에도 성적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쑥스럽지만

공부머리는 괜찮은 듯 하다.

 

하지만 ADHD임을 안 후에는.. 과거의 내가 좀 안쓰럽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이 억지로 멀리 있는 것을 보려고 눈을 찡그리는 것 같았고

무거운 쇠사슬이 발에 감긴 채로 빨리 달려보겠다고 일그러진 얼굴로 달리는 사람같았다.

 

각설하고, 얼마전에 시험을 봤다.

결과적으로는 망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않아서,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와 같은 진부한 이유는 아니다.

약 용량 선택에 실패했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이유인 듯 하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콘서타 45~54mg을 3개월정도 먹다가 부작용(식욕저하, 수면장애)이 싫어서

최근에 36mg으로 감량했다.

 

 

1. 수면장애

 

콘서타 45~54mg의 경우에는 약의 지속시간이 길어서 점점 나의 수면패턴을 야행성으로 바꿔놓았다.

 

예를 들면, 아침9시에 약을 먹고 밤 12시에 침대에 눕는다. 하지만 잠이 쉽게 오질 않았고

새벽 3~4시에 돼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마 나에게는 고용량이기에, 밤에 잠을 쉽게 들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나의 수면패턴은 낮 12시에 일어나고 새벽 5시쯤에 잠드는 야행성 패턴으로 변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36mg으로 낮추기는 했지만

이미 2달 이상 정형화된 야행성 패턴은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8월말에 봤던 시험은 10시부터 시작하기에, 3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시험에 임했고,

뭔가 머리가 총명하지 못한 상태로 시험에 임해야 했다. 시험지에 적힌 글자가 머리가 잘 안들어왔다.

 

 

2. 콘서타 36mg의 애매한 약효

 

이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콘서타 45~54mg은 나에게 부작용도 심하지만..

그만큼 최고의 공부 퍼포먼스를 가져다 준다.

ADHD라는 족쇄를 풀어주고, 총명한 상태, 각성된 정신상태, 최고의 집중력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36mg은 예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좀 애매한 용량이다.

약효가 27mg처럼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45~54mg처럼 아주 약효가 잘 도는 것도 아니었다.

45~54mg을 먹으면 묘한 찌릿함(?)을 주는 특유의 고양감도 없었고,

공부를 하면서 초집중모드로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렸다.

 

부작용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타협점이었다.

 

결국, 시험을 망한 이유는 다음 2가지로 요약된다.

 

1. 야행성으로 인해, 3시간만 자고 시험을 본 것. 총명한 상태가 아닌 상태로 시험에 임함.

2. 초집중모드(?)가 시험지를 받고 20분 후에서야 찾아옴 (45~54mg은 5분이면 왔을 듯 싶다.)

 

결론적으로

약효가 돌기까지 20분정도의 시간은...예전처럼 글자를 읽어도 집중이 안되고, 글의 메세지가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아서 날려먹었고, 시간이 없어서 막판에 10개이상을 찍었다.

 

집에서 푸니까 거의 다 맞을 만한 문제였다.

차라리, 내가 몰라서 틀렸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텐데.. 뭐 어쩌겠나? 결과로만 말하는 것이 현실이니깐..

 

4개월이란 시간동안 ADHD 약을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지만.. 

결국 약때문에 시험을 망했다.

 

일단 1주일정도는 쉬면서 어떻게 약을 조절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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