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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68(행운에 속지마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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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대학교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포스팅 주제로는 괜찮다고 생각되기에 이렇게 글로 끄적여본다.
2018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4학년 1학기, 조별과제를 했던 이야기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감정적으로 와닿게 말로 표현하는 것을 제법 잘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떤 드립을 쳐야 청자들을 웃길 수 있는지, 주목을 끌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이건 타고난 것이다.
나는 웅변학원을 다닌적도 없고 특별히 스피치 레슨을 받은 경험도 없다.
물론 유재석처럼 물 흐르듯이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신동엽처럼 창의적인 드립으로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대학생들 중에서는 꽤 상위권으로 잘한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 조별과제를 할 때는 거의 발표자를 도맡아 했다.
(게다가 발표자를 하게되면, 자료조사나 PPT 제작은 안해도 되니까.. ㅎㅎ)
다른 조의 발표자들은 거의 발표 대본을 만들어서 발표를 진행했지만
나의 경우는 발표 대본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발표 하루 전날
작성된 PPT를 훑어보고 <음.. 이 슬라이드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되겠네?> 라고 견적이 바로 나왔다.
그렇게 별도의 발표 연습없이 발표를 하게 됐다.
발표날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발표가 굉장히 물흐르듯이 진행됐고
학생들의 질문에 재치있게 답변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예상보다 훨씬 훌륭한 발표였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나의 착각이 아니라 정말 발표를 잘했었나보다.
실제로 발표비중이 높은 과목들은 거의 A+ 학점을 받았다.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한 자리에서 오래 공부할 수 없는, 주의산만함이 심한 ADHD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수업 위주로 수강한 덕분에 학점이 높은 편이다.
심지어 팀프로젝트 과목을 몰아서 수강한 학기에는 학점이 4.43이 나왔고 장학금도 받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노력은 별로 없었다.
그저 타고난 말재주로 10~20분 발표 준비를 한 것이 다였고 퍼포먼스가 좋다보니 학점을 좋게 받은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날로 먹은 것 같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발표를 마치고 강의실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조의 조원이
"와.. 발표 정말 잘하시네요! 연습 많이 하셨나봐요?"라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범답안은 바로 "아 네.. 연습 많이했죠!" 혹은 "저는 그냥 조원이 만든거 읽기만 했는데요 뭐.." 처럼
가식적이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겸손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문득 개그욕심이 생겨서 이렇게 말했다.
"연습 안했어요. 그냥 타고났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부분의 사람들은 뻔뻔한 개그를 즐겨하는 나의 캐릭터를 알고 있었기에, 빵 터졌지만
나에게 질문한 조원은 나의 캐릭터를 몰랐기에.. 내 드립에 꽤 당황했나보다.
아직도 그 학생의 표정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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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발표 경험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사람들은 "타고남"에 대해서는 평가가 인색하고
"노력"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강조할까? 하는 것이다.
예시 : 학원강사 단골멘트
: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는 사람 머리가 다 비슷비슷해
그니까 너가 노력을 안해서 공부를 못하는거야~
혹은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거야
우리 학원 다니면 그 방법을 알려줄게
↔ 공부 재능을 정규분포로 표현할 수 있다면, 사람 머리가 다 비슷비슷 하다는 말 자체가 오류아닌가?
뭐 아무튼! 각설하고,
"노력"만 하면 뭐든지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진부한 성공신화 스토리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노력' 편애가 더 심한 것 같다.
반면, 비교적 "타고남"에 대해서 관대하게 인정하는 미국의 사례를 보자.
제너레이션 아이언은 세계 최고 권위의 보디빌딩 대회인 <미스터 올림피아>에 대해 다룬 다큐형식 영화이다.
최정상급 보디빌더들의 첨예한 경쟁 스토리가 영화의 주 소재이다.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1위를 여러번 했던 <필 히스>라는 보디빌더의 인터뷰 장면이다.
필히스의 별명은 <The Gift>이다.
번역하자면 <재능, 그 자체!>이다.
이 사람은 농구선수로 활동하다가 키가 175cm에서 멈춰버린 탓에, 프로 농구 선수를 포기하고
보디빌딩으로 전향한 케이스이다.
그리고 보디빌딩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권위 있는 여러 대회에서 1위를 했다.
그래서 그의 별명처럼 재능이 정말 타고난 사람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솔직함이 좋았다.
("저처럼 되려면, 이 보충제를 먹고, 이 운동을 하세요! 그리고 저에게 레슨을 받으세요!"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칫 거만해 보일 수 있는 그의 발언에 대해 대중들은 무작정 비난을 하지 않는다.
불편하지만 진실이기에 다들 그의 노력과 더불어 타고난 재능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예를 들면,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등등 성공한 운동선수가 인터뷰에 나와서
필 히스처럼 얘기를 했다면?
아마 인터넷 실검 1위와 더불어 댓글에는 온갖 비난의 글이 폭주할 것이다.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고 어쩌면 광고가 다 끊길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로 스타들이 본인의 재능을 인정하게 되면, 자신이 해온 노력들이 평가절하 당할테니
애써 본인은 재능이 없다고 여기고, 이 모든 업적은 본인의 노력때문이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성공한 스포츠 스타,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 등등
소위 출세했다는 사람들은 "노력" "의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사실은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사실을 놓치게 된다.
나의 경험을 볼까?
나는 학문적 호기심이 꽤 있는 편이고, 공부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ADHD라는 뇌의 구조적 문제(타고남)로 인해 공부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이다.
<타고남>을 가볍게 여기는 대중들의 인식들로 인해, 책상에 앉아서 오래 공부를 하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멘탈 쓰레기> , <의지박약>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가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서
<타고남>은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영역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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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이 있다.
바로 <행운에 속지마라> 이다.
포춘지 선정,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평가 받는 책이라고 한다.
금융 , 주식, 확률, 통계가 주 소재이지만 <행운>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언급을 많이 하기에 참고할 점이 많다.
물론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고 요약본을 대충 훑어본 것이기에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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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성공하면 자신의 실력, 노력 때문이라 여기고, 실패한 것은 환경, 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공과 실패 모두 운이 작용하여 생긴 결과이다.
사람들이 운으로 성공한 것을 실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착각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는 금융시장의 순환 사이클에 속해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운의 요소이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을 투자자의 실력이라 착각하게 되면, 사이클이 맞지 않을 때 큰 실패를 볼 수도 있다.
운과 실력을 착각하면 안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한다.
이런 이유로 성공은 그 만의 스킬, 기술, 노력만으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행운아였기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소수의 성공 예시를 통해 성공 원리를 찾으려는 귀납적 방법론은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
실패한 사람을 무시하고 성공한 사람만을 주목하기 때문에 확률을 보는 관점이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실패자는 그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성공의 원인은 거의 운이다.
진실을 마주하려면, 그 사건의 이면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선형적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하면, 마치 수학의 함수처럼
한 개의 변수를 지속적으로 입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값이 나오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선형적이지 않다.
수 년을 공부하면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문득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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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이후,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성공신화를 다룬 자기계발서>를 모두 버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하루에 16시간씩 공부를 하고, 고시 3관왕을 달성한 사람이,
저자 말 그대로 정말 평균적인 공부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본인의 천재성을 알고 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대중들의 비난이 두려워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저서의 마케팅을 위해 의도적으로 재능을 묵인하고 <노력, 기술, 방법>을 강조한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 분은 나처럼 ADHD는 없었을 것이다.
진실은 꽤나 불편하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야, 적어도 손해를 피할 수 있다.
불편하지만 재능 및 행운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되,
본인에게 주어진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재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스스로 인지했고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묘한 느낌)
ADHD 약물 치료를 통해 재능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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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소리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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