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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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14] 젊을 때, 이직하라고요?!

Nomadic-Basil 2021. 5. 21. 11:49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을 가지고 지구대/파출소에 첫 출근하던 날이 떠오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꿈도 아니였고,

 

나에게 과연 숭고한 사명감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취업난 속에서 빠른 취업포기를 하고 선택한 하나의 직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멋진 경찰 선배분들,

 

교수님들을 보면서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사명감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이왕 경찰 된 거, 열심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경찰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출근을 한 후,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지만 일 열심히 배워서 쓸만한 순경이 되겠습니다!!"

 

 

라고 당찬 포부를 선배들에게 전했다.

 

 

그렇게 대기를 하다가 경찰 인생 첫 출동이 떨어졌다.

 

주임(40~50대의 경위급 이상을 존칭격으로 부르는 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경찰 선배님들) 님과 같이 순찰차에 탑승하여 출동을 가는 길에 주임님께서 나에게 다소 파격적인 말을 하셨다.

 

 

 

 

 

"야, 막내야. 너 임마 인사기록 보니까 대학도 괜찮은 곳 나왔고 능력도 있는 것 같은데.. 뭐하러 경찰했어? 나야 뭐 경찰 계속 하는 건데, 너 임마 젊을 때, 머리 잘 돌아갈 때 다른 직업 알아봐 임마. 나중되면 옮기고 싶어도 못해"

 

 

그리고 다음 날, 야간 근무 때 또 다른 주임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바실 순경! 나는 하루하루 어찌어찌 생각없이 살다보니까 경찰 20년 했는데.. 많이 후회 돼. 나처럼 후회하지말고 이직 준비해봐! 아오 썅! 그래도 경찰이 노가다보다는 낫긴 해. 하지만 난 경찰 이제는 하기 싫어. 주취자 상대하는 것도 지겹고, 정신병자 이제 그만 보고 싶어. 나는 지금 XX 시험 준비 중인데, 이거 붙으면 경찰 그만두게. 너도 잘 생각해. 옮길 수 있을 때 옮겨. 나처럼 처자식 있으면 나이먹고 옮기기도 힘들다"

 

 

아... 충격이었다.

 

나름 지구대/파출소 첫 출근인데, 김빠지는 얘기였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경찰동기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고시준비를 2년 넘게 준비하다가 경찰로 돌린 케이스였다.

 

경찰 공부도 6개월안에 붙은 꽤나 명석한 친구였다.

 

 

"바실 형! 나 아무래도 순경은 좀 아닌 것 같아. 나 그냥 경찰하면서 휴무 때 다른 공부하게. 어차피 쉬는 날에 할 것도 없는데 공부나 하지 뭐... 바실 형! 형도 휴무 때 하는 거 없댔지? 2~3년 경찰생활하면서 적응해버리면 이직 할 엄두도 안날걸? 지금해야 그나마 공부가 되지. 나중되면 옮기고 싶어도 못옮길 것 같아"

 

 

이런 얘기를 점차 듣다 보니, 다른 공부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경찰 선배님들의 조언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엄밀히 말하면 남인데, 마치 친자식한테나 얘기하는 것처럼 너무나 진심어린 조언처럼 느껴졌다.

 

 

아직 확실히 마음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어떤 공부를 해볼지 인터넷 검색을 해봤고,

 

도전해볼만한 A라는 시험을 찾았다.

 

 

A 시험은 6과목을 보는데 그 중 4과목은 유베이스 과목이다. 대학교 때 나의 전공과 겹치는 과목도 있고, 교양과목으로 수강했던 과목(A+)도 있었다. 게다가 경찰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과목도 있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노베이스 과목은 총 2과목이다.

 

현재로서는 A 시험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말만 하고 시험 준비를 안할 수 있지만 말이다.

 

한번 뿐인 인생,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번 더 공부를 해볼만 하다는 생각에는 크게 공감해서 긍정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젊은 20대이니까..!

 

경찰 시험을 통해 이제는 수험생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모르겠다..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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