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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인생 일기
[FIRE 도전기 39] 초강세장을 지나며, 나는 무엇을 했을까 본문
초강세장을 지나며, 나는 무엇을 했을까?

주식으로 인생을 한 번 바꿔보겠다는 마음
한번 뿐인 인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파이어를 하고 싶은 간절함
그 생각만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휴무 날이면 자연스럽게 주식 유튜브를 켠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시황 영상을 본다.
시황 정리, 주도 섹터 분석, 차트 기법 강의까지 주식과 관련된 영상이라면 습관처럼 틀어놓는다.

예전부터 “다시 봐야지” 하며 저장해둔 재생목록은 어느새 680개를 넘었다.
몇 번씩 돌려본 영상도 있고, 한 번 보고 지나간 영상도 있다.
그 숫자만 봐도 내가 얼마나 이 시장에 몰입해 있는지 스스로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절실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간절했던 걸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걸까.
불과 1~2년 사이, 코스피 2000 초반에서 시작해 8000 직전까지 달려온 이번 강세장은 전인미답의 흐름이었다.
어쩌면 평생 몇 번 오지 않을 ‘부의 퀀텀 점프’ 구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매매를 복기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는 분명 시장의 주도 섹터를 보고 있었다.
주도주 위주로 매매했고, 방향 자체를 틀리게 본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확신이 있어도 크게 배팅하지 못했고,
5~10% 수익이 나면 금방 익절했다.
물론 트레이딩 관점에서 5~10% 수익은 꽤나 훌륭한 성과다.
단, 이 매매를 수회, 수십회 반복해서 자금회전율, 수익을 복리로 끌어 올려야 좋은 매매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 익절한 종목을 여러번 다시 쳐다보지 않았고
더 높은 가격에서 다시 사는 걸 유독 어려워해서 매매를 '반복' 하지 못했다.
“내가 판 가격보다 비싸게 다시 사는 건 손해 보는 느낌”
그 심리가 생각보다 컸다.
그러다 보니 강한 추세안에서 먹기는 했지만 자주 먹지 못했다.
내가 오래 팔로우해온 국내 단기 트레이더들이 있다.
‘만쥬’와 ‘미모사’.
둘 다 2020~2021년 즈음 시장에 들어왔고, 나이도 비슷하다.
나도 2020년 말에 시장에 들어왔으니 시작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비교가 된다.

만쥬는 초창기부터 스캘핑과 짝궁매매로 압도적인 수익을 내서 몇년 전부터 유명한 트레이더이다.
최근에는 종가배팅 위주로 하는 듯한데, 수십억~백억단위로 매매자금을 운용하는 수준까지 올라간 것 같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00억씩 비중배팅 과감히 때린다.
하루 수익 인증 금액이 작게는 몇천만원 많으면 3~4억이 된다.
하루만에 3~4억 익절?.. 이제는 정말 다른 세계의 플레이어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역시 엄청난 노력의 결과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재능도 무시 못하겠다.
기계같이 손절도 칼같이 하고, 손절하면 멘탈에 타격이 갈법도 한데, 그런 기색도 안보인다.
참 AI같은 트레이더다.
롤로 치면 신인 시절부터 이미 페이커급 재능러이지 않을까?

미모사 역시 스캘퍼로 시작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강세장을 타며 결국 100억 이상의 수익을 HTS로 실시간 인증했다.
100억대 수익인증을 한 트레이더지만 조그마한 원룸에 사는 것이 인상깊다.
몇 년 전부터 계속 팔로우하며 지켜봤던 사람들인데, 나와 시작 시기와 나이까지 비슷하다 보니 더 현실적으로 비교가 된다.
물론 그들은 영혼을 갈아서 노력했을 것이고 재능도 상위 0.001%의 트레이더일 것이다.
축구로 치면 EPL 1부리그 스타 플레이어 같은 사람들이다.
반대로 나는 아직 프로와 세미프로 사이 어딘가, K4리그쯤에 서 있는 느낌이다.
워낙 극소수의 최상위권 트레이더라서 비교하는게 의미 없지만
분명 같은 시기, 같은 초강세장을 만났음에도 나는 그들만큼 벌지 못했다.
작년에 1억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어쩌면 내 실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장이 좋아서 운 좋게 생긴 수익일까?
초강세장이라면 누구나 다 돈을 버는 것 아닌가?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수준의 개미인걸까?
내 딴에는 노력한다고 하는데, 저 멀리 앞서간 사람들을 보니 나 혼자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머리로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할 매매를 묵묵히 하면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가끔 현타가 온다.
지수가 2000대에서 8000 가까이 왔다면,
주도주 몇 개만 제대로 집요하게 따라갔어도 100억은 아니더라도
10억 ~ 20억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초강세장에서 무엇을 했을까.
정말 절실했던 걸까.
말로만 간절했던 건 아닐까.
복기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적당히 넘긴 날들이 더 많았던 건 아닐까.
그리고 결국, 초강세장에서 나온 수익을
내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요즘 들어 유독 내 매매를 바라볼 때면
열등감, 조급함, 자책감,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위축감이 함께 밀려온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도
앞으로 더 단단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지 모른다.
이 위축감마저 자양분 삼아
조금 더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조금 더 날카롭고 예리한 투자 철학을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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