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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32(자학)

Nomadic-Basil 2019. 11. 17. 22:11

내가 왜그랬을까?

 

 

 

 

그동안 ADHD 약물치료 후기를 공부, 집중력에 초점을 맞춰서 포스팅했지만..

 

이번에는 일상생활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써보려 한다.

 

 

 

오늘의 주제는 "대화 중에 상대방의 말을 끊는 버릇"이다.

 

 

 

사실, 나의 경우는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못하는 주의산만함이 매우 심한 편이다.

 

그 외에는 부주의, 충동성, 과잉 행동 같은.. ADHD라고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증상들은 나에게는 없었다.

 

흔히 말해 조용한 ADHD였다.

(이러한 애매한 증상들로 인해 내가 ADHD임을 자각하는 시점이 늦어지긴 했다.)

 

 

 

 

하지만, 말을 끊는 버릇은 있었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 종종 친구들로부터 말을 끊지말라는 핀잔을 듣고,

 

'아 내가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는 버릇이 있구나.. 고쳐야겠다.'라고 스스로 다짐했고,

 

이러한 의지는 어느정도 버릇을 개선시켜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을 했음에도, 가끔씩, 내 의지와 반대로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의 말을 끊은 순간, 

 

'아 병신인가?.. 말 끊으면 안되는데.. 끊어버렸다.. 난 쓰레기야.. 내가 왜그랬을까?'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꾸짖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A + B + C+ D"라는 내용의 말을 나에게 하려고 한다.

 

나는 "A+B"까지만 듣고 이 부분이 궁금해서, 상대방의 말을 끊고 물어보는 식이다.

 

 

물론, 내 의지대로 D까지 모두 듣고, 대답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종종 상대방의 말을 끊었기에, 이 순간은 자멸감이 매우 치솟았다.

 

 

 

 

 

2018년 4월 중순 즈음, 음..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예비군 훈련이 예정돼있었다.

 

예비군 훈련날이 한 수업의 쪽지 시험과 겹쳤고, 당연히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리, 교수님에게 쪽지 시험날은 예비군이라 오지 못한다고 말씀드리려 했다.

 

 

친구랑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어려운 교수님에게 말씀드리려고 하다보니.. 스스로 다짐했다.

 

'절대, 교수님 말 끊지 말자! 교수님의 말을 끝까지 듣자!'

 

 

그렇게 교수님에게 예비군 때문에 다음 수업에 참여못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교수님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도중에 교수님의 말씀을 끊었다.

 

 

물론 교수님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렇게 불쾌한 표정은 아니셨다. 

 

그냥 웃으면서 예비군 훈련 잘 받고 오고, 레포트 대체로 해주겠다는 식으로 대답해주셨다.

 

 

하지만 난 내 자신에게 불쾌했다.

 

그렇게 말 끊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결국 내 의지와 반대되는 상황을 만든 내 자신에게 너무 화났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이 말씀하는 수업내용이 나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그랬을까?'라는 부정적인 자책들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여기서는 쓸 수 없는 온갖 쌍욕들을 나에게 마음속으로 퍼부었다.

 

 

 

 

 

결국 이 때 시점에서 약 1년이 지난 후,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이 증상은 매우 호전됐다.

 

 

비유를 하자면, 약 먹기 전에는 머릿속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라면

 

약을 먹으면 매우 평평한 포장도로 같다.

 

 

 

약물 치료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끊던 나의 버릇은 없어졌다.

 

 

이제는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아야지'라고 강박적으로 다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나답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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