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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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30 (무지는 악이다.)

Nomadic-Basil 2019. 11. 13. 11:38

 

대학교 3학년 시절에 교양으로 철학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수업이었다. 그야말로 인생강의였다.

 

내가 살아오면서, 학점(성적)신경 안쓰고, 정말 배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었다.

C라는 학점이 나와도 정말 이 수업은 후회가 없다고 느낄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성적은 A+..나왔다..ㅎㅎ)

 

또한, 철학이라는 다소 난해하고 무거운 주제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일상생활과 연관지어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이었다.

수업을 들은지가 거의 2년전이라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 문구 하나는 기억에 남는다.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

 

처음에 이 문구를 봤을 때는, 조금은 의아했다.

'엘리트를 옹호하는 문구인가?' , '그 당시 철학자들은 선민의식이 있었나?' , '모르는게 잘못 된 것인가?'

 

하지만 이는 내가 단편적으로만 이해한 것이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선>은 착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로운 것>이다.

반면 <악>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해로운 것>이다.

 

 

쉽게 예를 들면, 신호등의 초록색과 빨간색의 의미를 모르는, 무지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신호의 의미를 모르니 그냥 건넜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무지(신호의 의미를 모르는 것)는 악(해로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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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나의 경우(ADHD)에 대입시켜서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번 밝혔지만, 나는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래 집중 못하는 주의산만함이 좀 심하다.

학생으로서 매우 불편했지만, 그 원인(ADHD)을 모른체 27년동안 살았다.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 <리틀몬스터>

 

 

리틀몬스터 저자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zjD9iBT2-0Y)

 

 

그러다가 우연히 대학교의 한 수업에서 독후감 과제를 하게 됐는데, 그 책은 리틀 몬스터였다.

리틀 몬스터는 ADHD를 가진 소년이 교수가 되는 과정을 써놓은 성장 수필이다.

ADHD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세세히 써놨기에 ADHD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ADHD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앎의 상태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느낀 주의산만함의 원인이 ADHD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바로, 앎이 선(이로운)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만약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악(해로운)의 상태였을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을 읽고 내가 ADHD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

다만 여기서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하는 행동으로까지는 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의 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ADHD 인 것 같으니, 병원에 한번 가볼까?"라고 부모님께 물었으나

 

부모님의 대답은 이랬다.

 

[정신과 병원은 기록에 남아,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불리해진다.]

- 정확히 부모님의 무지다. 이는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개인의 의료기록을 조회할 수 없다.

 

[정신과 약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 정신과 약이 수백가지, 수천가지는 될텐데, 일반화시켜서 정신과 약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것은 딱 봐도 넌센스다.

- 그리고 ADHD 치료 약물의 특성상 각성제이기에, 오히려 사람을 총명하게 만든다.

 

[다 너의 의지문제다. 남들은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겠나?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다.]

-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못하는 것이다. ADHD는 개인의 의지로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부모님의 무지가 나의 살고자하는 몸부림을 막았다.

즉, 부모님의 무지는 나에게 악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병원 방문을 미룬 나의 무지도 악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앎과 동시에 선의 상태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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