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04] 배고픈 소크라테스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04] 배고픈 소크라테스

Nomadic-Basil 2020. 12. 31. 09:23

 


<배부른 돼지 vs 배고픈 소크라테스>

중앙경찰학교 생활 7일차,

일주일 동안 참다가

오늘 드디어 아침식사 후 약을 먹었다.
(메디키넷20mg)

일주일 동안 약을 참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2주 동안의 적응기간에는 통제가 꽤 심하다.

물론 흡연이나 휴대폰 사용은 매우 관대하지만
(흡연 후,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 개꿀!!)

매점이용이나 따로 취식물 반입 및 야외활동이 제한된다.

오로지 하루 세번,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때 식당으로 가는 동안이 유일한 야외활동이다.

즉, 나에게 밥을 먹을 기회는 총 세번이다.
(매점도 열지않고 취식물 반입이 금지되니..)

예를 들면 점심식사를 하고 대략 오후 1시쯤 약을 복용하면 입맛이 저녁 7~8시까지 없다.

하지만 마지막 식사인 저녁시간은 6시이다.

그렇다면 수험생활 동안 가장 힘들어했던 저녁시간에 <억지로 밥먹기>를 해야하기에 약 복용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다.

게다가 저녁을 적게 먹으면 잠 잘때 약효가 풀림과 동시에 허기가 강하게 찾아와서 잠이 잘
오지도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분명히 하루 세끼를 매우 맛있게,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밥먹고 생활관 대기가 주 활동인지라 쏟아지는 낮잠을 참기가 힘들었다.

물론 낮잠을 자도 되긴 하지만, 낮잠을 자게되면 막상 밤에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않아서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Adhd 특유의 뇌가 잠긴 느낌이 싫었다.

이런 저런 문제로 약 복용을 고민하던 찰나에, 나름 해결책이 생각났다.

바로 아침식사 후에만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7시에 식사를 하고
7시 30분 쯤에 메디키넷 20mg을 복용했다.

입맛은 오후2~3시 쯤에 정상적으로 돌아올테니 점심은 대충먹고 저녁을 최대한 많이 먹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아침에 약을 먹고

8시 30분쯤 뇌에 시동을 거는 느낌이 다시 느껴진다.

'그래! 이 느낌.. 뇌 속의 뉴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한, 총명한 이 느낌!' 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아침식사를 배불리 했는데도 식곤증도 없고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책이 너무 재밌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책을 보는데 1시간만에 거의 책 절반을 읽었다.

아마 약을 복용하지 않았더라면 식곤증으로 인해, 반쯤 풀린 눈으로 넷플릭스를 보다가 낮잠을 자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나중에 책을 다 읽으면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독후감을 포스팅으로 남겨봐야겠다.

경찰일기 04 끝.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