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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일기 06]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집가고 싶어! (D-20)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06]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집가고 싶어! (D-20)

Nomadic-Basil 2021. 3. 27. 21:44


중앙경찰학교 들어온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입교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일기] 시리즈 포스팅을 20개 정도는 쓰려고 했으나..

지금까지 겨우 6개밖에 쓰지 못했다..ㅠㅠㅠ

이런 저런 이유로 힘들어서 블로그 포스팅도 자주 못하고 있다.

몸도 힘들고..
사생활이 전혀 없는 4인 1실이라 룸메들이 보는 환경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할 수는 없으니까..


2020년.. 그러니까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어와서...

이악물며 버티다 보니, 집에 갈 날이 이제는 얼마남지 않았다.

무려 D-20 이다...!!!!!!!!!

넋두리 하는 차원에서 중앙경찰학교 생활 이모저모 썰을 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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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박이 없다.


- 원래 중앙경찰학교에서는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외박을 보내준다.

- 다만, 코로나로 인해 외박을 아예 나가지 못한다.

-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외박이 없는 것은 꽤나 힘들다.

- 특히 나같은 경우는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 편인데, 외박 없이 3달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서 심적으로 지친다.




2. 사람에 지친다.


- 서로 다른 환경을 살아온 사람들이 매일매일 마주보고 훈련을 같이 받고, 같이 수업을 듣고..
생활관에 복귀해서 같이 씻고, 같이 먹고, 같이 잔다.

- 서로 코드가 맞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에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 일단 나의 경우는 그렇게 코드가 썩 맞는 편은 아닌 것 같다.

- 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이다.

- 나의 영역의 선은 확실히 있고, 누군가 나의 영역에 침범하려 하거나 심하게 간섭하는 것이 불쾌하다.
물론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 만약 사회에서 잠깐 만나는 사이였으면 불쾌함을 느끼는 즉시 불쾌함을 표현했겠지만, 여기는 4달 동안 갇혀지내고 서로 얼굴을 매주 마주보며 생활해야 하기에 화를 내거나 불쾌함을 드러내지는 않고 꽁꽁 나의 감정을 숨긴다. 이런 불쾌함을 억누르는 것이 점점 지친다.

- 하루는 불쾌함이 쌓이다보니 버럭 화를 내지는 않았고, 표정이 잠시 무표정으로 드러났는데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이기주의자라고 장난식으로 비아냥거리거나 차갑다, 정이 없다면서 놀린다. 난 크게 바라는 것 없이 내 영역을 존중해줬으면 하는데 사람들은 그게 참 어렵나 보다.

- 물론 장난식으로 그러는 것은 알지만 나에게는 꽤나 불편하다.





3. 나이가 뭐길래?

 


- 동기들은 나이가 다양하다.

- 남자들의 경우, 어리면 20대 중반이고 많으면 30대 후반까지 있다.

- 물론 나이가 많으면 어느정도 존중해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수직적인 나이문화는 썩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래도 나이 많으면 형님, 형이라 불러주고 존댓말도 잘 쓰면서 형들을 존중하는 편이다.

- 그런데 종종 나이가 많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대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 뭐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모두 나열하기에는 포스팅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말을 아낀다.

- 그 사람이 싫어서 속으로 온갖 비판을 하게 됐다.

- 누군가 엄청난 노력을 해서 서울대에 갔거나, 고시 패스를 했거나, 엄청난 부자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우러러보고, 대우해준다.

- 그 안에는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일종의 사회적 레벨의 아우라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인이 노력의 절정에 달해서 뭔가 이룬 업적이 있기에 우러러보고 대우해줄 것이다.

- 반면에.. 나이는? 나이는 누군가 노력을 해서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먹는게 나이 아닌가? 왜 그 나이만으로 동생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난 형이니까 너네들한테 막 대해도 넌 받아들여야만 해'라고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 짜증이 나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취하면서 반문을 하면 '감히 나보다 나이가 어린 네가 형인 나에게 따져?'라는 늬앙스로 말하곤 한다.

- 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이젠 짜증나는 감정자체도 포기했다. 그 사람의 수십년간 삶을 내가 어떻게 바꿔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싸워봤자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니 그냥 체념하고 시간이 해결 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4. 그래도 우울증약은 안먹을래


- 3달동안 갇혀지내는 삶과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기분이 다크해졌다.

- 다행히도 우울증약을 챙겨와서, 복용할까 고민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복용하지 않았다.

- 20일이라는 분명한 끝이 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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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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