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찰학교에 들어온지 5일차가 됐다.
아직 적응기간이라서 정식 교육을 받기보다는 그야말로 학교 적응을 위한 생활 중이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경찰 근무복을 받았다.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다.
사실 나는 어렸을때부터 경찰이 꿈은 아니였다.
임용시험을 준비해볼까 하다가 포기한 임용포기자였고
취업을 준비하다가 3~4개월 만에 취업을 포기한 취업포기자였다.
그러던 와중에 Adhd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경찰이 생각났다.
그리고 비교적 공무원 시험중에서는 단기합격이 가능한 것도 한 몫했다.
게다가 나는 헬스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했을정도로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체력시험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지 싶었다.
하지만 어제 경찰 근무복을 받았을 때, 과연 내가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런 고민이 들던 와중 재밌는 사건이 일어났다.
식사를 하려고 다같이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흰머리가 매력적이신 50대 지도교수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김바실 장갑안끼나? 안춥나?"
"네! 별로 안춥습니다 괜찮습니다!"
"김바실! 젊어서 그런지 추위도 별로 안타나보네!
그나저나 너는 왜 경찰이 됐나?"
ㅡ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
사명감? 시민에 대한 봉사? 아니면 솔직하게 얘기해야하나?
마치 얼마전 면접시험처럼 느껴졌다.
위선의 거짓말을 할 것인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하나?
아니면 묵비권을 행사해야하나?
대답을 고민하는 순간 약 3초 정도가 흘렀다.
뭐라도 대답해야할 것 같아서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다.
"그 답을 중앙경찰학교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그리고 뭐가 죄송해?
나는 사명감, 봉사정신으로 경찰안했어.
먹고살려고 들어왔어.
의식주가 해결돼야 사명감도 생기는거 아니겠나?"
이런 말씀을 하시고 떠나셨다.
경찰복을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 사명감이란 고민이 단번에 해소된 경험이었다.
이젠 더 이상 내가 좋은 경찰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만하기로 했다.
그 사명감은 이제부터 만들어가야겠다.
경찰일기 0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