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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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08] 폭풍전야

Nomadic-Basil 2021. 4. 10. 23:03


다음주 수요일, 드디어 집에 간다!

작년 겨울에 입교해서.. 과연 집에 갈 날이 오긴 할까? 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군생활처럼.. 그 당시 시간은 멈춰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막상 지나고보면 빠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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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폭풍전야



처음보는 사람들과 약 4달을 같이 보내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힘든 일이지 싶다.

1달 전부터 드디어 사람들의 트러블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어느 방은 룸메끼리 싸워서 말도 안한다더라..

어느 방은 룸메끼리 심하게 다퉈서 아예 룸메를 다른 방하고 바꿨다더라.. 등등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에도 우리 학급에서도 이런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뒷담화였다면 지금은 앞담화로 진화(?)했고

언제 누가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폭풍전야스러운 분위기다.

하긴, 이러한 환경에서 싸우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다.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하고 4달 동안 지내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물론 나의 경우는 감정을 꽁꽁 숨겼기 때문에 싸울 일은 없지 싶다.

<최소한 적은 만들지 말자(?)>라는 나의 목표는 지켰다.

02. 강요하지마세요



철학책, 교양프로그램 등 인문학적인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느낀 것들이 여러 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

<어차피 우리 모두 한줌의 모래가 될 인생, 남눈치 보지 말 것>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거부할 것>


대략 이런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부모님이 먼 친척 결혼식에 가자고 하면 나는 거부한다.

부모님이 마치 안가면 안될 것처럼 강요하듯이 얘기하면 나는 더욱 강하게 거부한다.

그 이유는 결혼식이라는 것은 누군가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가는 것인데

나는 그 먼 친척 이름도 모르고 연락을 개인적으로 해본 적도 없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청첩장을 받았으니 결혼식에 불참하기도 난처한 상황이고..

혼자가면 머쓱하니 아들인 나를 데려가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내가 그 어색한 자리에 가는게 싫다.

내가 친척 결혼식에 참여하지 않아서 혹시나 듣게 될 "예의 없다" "정 없다"라는

타인들의 평가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너는 좀 독특해"

"너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야"

"너는 너만의 선이 확고해"

"너랑 친한 것 같으면서도 벽이 느껴져"

"너는 맺고 끊음이 확실해"

라고 약간의 비판섞인 코멘트를 듣고는 한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오빠는 선이 너무 확실해서 내가 너무 지쳐"라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경찰준비를 하면서 알게된 학원친구들을 오늘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그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그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마치 직장상사와 억지로 회식을 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재밌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니까


디테일한 불참하려는 이유는

첫번째는 관심분야와 성향, 코드가 나랑 많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얘기할 때 별로 흥미롭지 않다.

두번째는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강요한다.
한 두번은 모임에 나가기 싫은데 강요에 의해서 억지로 나갔지만, 항상 재미없고 후회했다. 나오지 말걸..하고

오늘만큼은 도저히 참기가 힘들어서 욕먹을 각오로 얘기했다.


"야! 바실아, 너는 너무 비즈니스적이야. 모이자 그러면 좀 나와! 빼지말고"

"형, 모임에 나가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인데 강요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먼저 가볼게요. 죄송해요."


제3자가 보면 나의 행동이 좀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나는 너무 후련했다.

남 눈치,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이처럼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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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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