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경찰일기 43] 현장의 거친 말들, 내 마음의 상처(Feat. 현장 노가다 감성) 본문

바실의 도전기/경찰 일기 (2019.05 ~ ?)

[경찰일기 43] 현장의 거친 말들, 내 마음의 상처(Feat. 현장 노가다 감성)

Nomadic-Basil 2025. 6. 19. 23:45

 

 

 

지구대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 현장에서 뛰며 사람들을 돕고, 112신고를 해결하는 게 내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야말로 익살스럽게 표현하자면 [현장 노가다 감성] 그 자체다.

 

급박한 상황, 긴박한 순간들 속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말들은 투박하고 거칠다.


"야, 빨리해!"


"임마, 뭐해? "


"야, 비켜!"

 

"그니까 그거 하라고!"

 

이런 말들이 현장에서는 일상이다.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안다.

 

동료들, 선배들 모두 급한 마음에, 상황을 빨리 해결하려다 보니 저절로 나오는 말들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상처받는다.

 

나는 그들의 속마음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안다.

 

현장에서 몇 초의 지체가 큰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그 급박함 속에서 정중한 말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급하니까 빨리 해주세요"라고 말해줄 순 없을까? 


"야"라는 호칭이 내게는 칼처럼 꽂힌다.

 

그 한 글자에 담긴 무심함, 거칠음이 내 마음을 할퀸다.

 

분명 그들은 나를 미워하거나 깔보는 게 아닐 거다.

 

하지만 매일같이 듣는 그 말투는 나를 점점 지치게 한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일반 사무직을 택했다면? 

 

더 공부해서 대기업이나, 이 악물고 공부해서 전문직으로 일 했다면? 닳고 닳아버린 내 마음 속의 상처들이 없었을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텔리'한 직업을 택했다면,

 

나는 "~씨"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경어체가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야" 대신 "~씨"로 불리는 나를 상상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일에 완벽히 맞는 적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정년까지 다닐 계획도 없고 정년까지 다니고 싶지도 않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들 하지 않나.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간 것도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쩌다 경찰관이 됐다.

 

지금은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히 일할 수 밖에 없다.


"야"라는 호칭과 거친 말투가 여전히 마음을 찌르지만, 나는 오늘도 묵묵히 현장에 나간다.

 

언젠가 다른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인생은, 어차피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나를 데려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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