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44(안녕, 2019년!)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44(안녕, 2019년!)

Nomadic-Basil 2019. 12. 31. 00:16

안녕, 2019년!

 

방송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 연기대상 등등..

요즘 TV를 보면, '2019년이 거의 다 지나갔구나..' 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생각해보면 2019년, 올해는 나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수십 년간 나를 괴롭혔던,

그리고 지독하게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의 원인이 바로 ADHD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ADHD'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부정하고 싶었다.

 

우스갯소리로, 누가 실수를 하면 "너 병원좀 가봐라" , "(정신과)약 먹냐?"라고 놀리는 것처럼

<정신병 환자>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에 내가 들어가는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삶 자체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ADHD여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으로 변했다.

 

이것들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의 생각의 전환이 있었다.

 

포스팅에도 썼지만.. 2019년을 보내는 의미로

 

'2019년 결산' 일기를 써보고자 한다.

 

------------------------------------------------

 

1. 제2의 생일(2019.1.10)

 

2019년 1월 10일은 제2의 생일이라 생각한다.

정신과의원에 방문해서 ADHD 진단을 받은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작한 날이다.

제2의 생일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약물치료를 통해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2. 성취감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게 되면 '해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약물치료를 통해, 이러한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가 매우 자주 일어난다.

이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매우 수월하게 느껴진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매우 커졌다.

 

 

 

3. 비밀 엄수 그리고 이별

 

내가 ADHD라는 사실은 부모님밖에 모른다.

이 사실을 아주 친한 친구일지라도 알리지 않았다.

당연히 (EX)여자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그들의 반응은 "너 되게 차분하지 않어? 왜 ADHD야? 오진아니야?"라고 말할 것 같고

<충동성은 없고, 주의산만함이 심한 '조용한 ADHD'>라고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귀찮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ADHD라고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귀찮다.

 

무엇보다,

백날 설명해봤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ADHD에 대한 인식은 그저 부정적인 정신과 질환이기 때문이다.

내가 설명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내가 @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여자친구와 이별했다.

 

약을 복용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 약효가 돌아서 입맛은 없지만,

애써 구역감을 참으면서 억지로 먹었다.

먹다가 가끔 웁웁! 하면서 헛구역질도 했다. 

그리고 약효가 있을 때는 성욕이 줄어서 연인끼리 할 수 있는 어른들의 데이트(?)도 기피했다.

 

여자는 여섯번째의 감각, 육감이 있다고 했던가?

계속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대답을 회피했다.

뭘 숨기고 있는지 계속 묻길래,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결국 헤어졌다.

그래도 @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앞으로 비밀 엄수는 계속될 예정이다.

 

---------------------------------------

2019년 결산 끝.

 

안녕, 2019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