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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55 (권태기) 본문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포스팅들은 나름 긍정적인 주제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닥 긍정적인 주제로 포스팅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나의 글을 읽는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없겠지만
일기형식으로 작성하는 블로그이니만큼 오늘은 나의 솔직한 감정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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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서, ADHD 권태기가 찾아온 것 같다.
블로그 관리도 귀찮고, 유튜브 활동도 활발하게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고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매우 좋았다.
하지만 1년 넘게 ADHD 약물 치료를 하면서
내 삶을 돌이켜보고, 미래를 생각해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지금의 감정이다.
(1) 후회
요즘들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깊은 현자타임이 자주 찾아온다.
<왜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이 공부를 하고 있지?>
물론 약물치료를 통해, 공부가 잘되고 가시적으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있지만
ADHD임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지금은 독서실이 아니라 일터에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럴듯한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서 어깨 뽕을 가득 넣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지 않으려 해도, 내가 ADHD임을 몰라서 방황했던 27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지금이라도 안게 어디냐?>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봐도
이런 위안은 그저 방어적인 합리화인 것만 같다.
(2) 만성적인 스트레스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다른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식욕저하>는 아주 명확하게 나타난다.
콘서타에서 메디키넷리타드로 바꾸면서 그 정도는 약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입맛이 없는 상태는 여전하다.
입맛이 없지만, 배는 꼬르륵 거린다.
허기를 달래려고 음식을 먹는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아서, 온전히 1인분을 다 먹을 수 없다.
그렇게 강제로 소식을 한다.
소식을 하다보니 3시간 후면 배에서 또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배고픔의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공부하려고 해도,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다시 식사를 하면 공부가 또 잘된다.
아마 몸에서 음식이라는 연료를 필요로 하기에,
식욕은 없지만 공부를 하려면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렇게 억지로 음식을 먹는 것이 나에게는 괴롭다.
의무적인 식사가 매일 반복되니, 그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점차 나를 힘들게 한다.
어제도 늘 그렇듯이, 강제소식을 하다가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왜? 내가 밥을 억지로 먹어야하지? 그것도 매일?>
(3) 강제 비혼
https://nomadic-basil.tistory.com/13?category=817668
ADHD는 사실상 유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애도 낳지말고, 결혼도 하지 않는게 좋겠다>라고 결심했다.
ADHD라는 병을 내가 가지고 있고,
이것이 유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결혼> 이라는 옵션은 나에게 없다.
내 유전자의 역사는 여기서 끝이 난다는 사실이 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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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주제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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