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6 (일상의 작은 변화) 본문

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6 (일상의 작은 변화)

Nomadic-Basil 2019. 4. 26. 03:33

 

부모님이 항상 말씀하신게 있다!

 

"방 정리 좀 해라!!" ㅋㅋㅋㅋㅋㅋㅋ

 

내 방은 항상 어마무시하게 지저분 했다. 책상 위에 난잡하게 놓여져 있는 책하며, 과자 봉지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참 방정리도 안하면서 살았다.

 

그나마 학창시절에는 양반이었다. 왜냐? 부모님이 치워주시니까... (엄마 미안...)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가고 자취를 1년 정도 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물론 좋았다. 자취 해본 대학생은 알겠지만 첫 자취! 그 자유의 맛.. 참 기뻤다.

 

그러다가 자취한 지 2달쯤 됐을까? 엄마가 자취방으로 오셨다.

 

그리고 엄마피셜로는 기절할 뻔 했다고 한다. 완전 "돼지 우리"라고 하셨다..

 

그때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넹...

 

 

방 정리를 안하는 내 나름의 이유를 들자면

 

 

정말 핑계같지만..난 지저분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책상위에 내가 자주 쓰는 물건들을 (예를 들면 스킨 로션이나, 공책, 전공책) 가장 가까이 쌓아 놓고,

 

안쓰는 물건은 저멀리 대충 쌓아놓는다. 

 

사람들이 보면 질서없는 지저분한 상태이지만.. 나에게는 지저분함 속의 질서가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 상태가 편했어요.. 엄마..

 

 

 

 

 

그런데 말입니다?

 

 

 

ADHD 교과서의 바이블격인 '리틀몬스터'의 저자, 위스콘신 대학교 로버트 저겐 교수의 교수실(이 교수님은 ADHD를 가지고 있음)

 

 

아마 ADHD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알 법한 책이 있다. 바로 리틀몬스터!(로버트 저겐 교수의 자서전)

 

이 책은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교 교양시간에 리틀몬스터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혹시 ADHD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점점 읽다보니 내가 ADHD라는 것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서 ADHD 확진을 받았다..

 

 

각설하고, 위 사진은 로버트 저겐 교수님의 교수실이다.. 약간 옛날 나의 자취방을 보는 듯 하기도?..

 

 

로버트 저겐 교수 (5~6가지 ㅎㄷㄷ)

 

이 교수님이 쓴 자서전에 의하면, 이분은 ADHD 중에서도 심한, 중증 ADHD를 가지신 분이라 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오고

(책 보면.. 여자친구랑 동거할때, 본인은 피곤하지만 여자친구의 압박으로 인해 강제로 거사(?)를 치르고 "음.. 의무방어도 나쁘지 않군"이라고 말해서 여자친구한테 욕 디립따 먹었다는 썰도 있음.. 교수님 텐션 무엇)

 

위 사진처럼, 5~6가지의 생각이 머리를 휘젓는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이 교수님도 나처럼 방정리를 못하시는 듯 ㅎㅎ.. 

 

 

 

 

이제 내 얘기로 돌아와서,

 

수십년 간 방정리를 못했던 내가 ADHD 약을 복용하고 나서 방정리를 꽤 잘하게 됐다.

 

어느 정도냐면.. 부모님이 놀라신다. "XX아 무슨일 있니? 방이 왜 이렇게 깨끗해"

 

ADHD 약을 먹고, 약효가 돌기 시작하면 이것 저것 지저분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치워야 돼, 정리해야 돼'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야하나?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방 정리를 잘하게 됐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은근히 도움이 많이 된다.

 

그동안 참.. 방 정리도 안하고 지저분하게 살아서 엄마한테 미안하다..ㅎㅎ

 

이제는 방정리 잘하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