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8 (의식의 흐름)

최종에서 불합격이란..

 

 

2019.04.28 (일)

 

 

아침 8시 30분, 늘 그렇듯이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더 자고 싶어서, 눈을 비비면서 스마트폰을 키고, 잠시 알람을 꺼본다.

 

잠깐 눈을 감은거 같은데, 또 알람이 울린다.

 

살짝 짜증이 난다. '내가 알람 안껐나?'

 

다시 스마트폰을 보니, 9시 30분이더라. 잠깐 눈만 감았을뿐 인데, 1시간이 이렇게 빨리가네.

 

동기들은 슬슬 취업해서 돈버는데, 취업준비생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로 늦잠이나 쳐자다니, 한심하다.

 

백수주제에 늦잠은 사치 아닐까? 내가 절실하지 않은건가?

 

 

 

 

 

콘서타 54mg

 

 

일단 공부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 빨리 약먹자.

 

저 빨간 약, 콘서타 54mg짜리.. 이거 없으면 나는 공부를 못하니까..

 

약을 먹고, 거실로 가서 보일러를 킨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은 어떤 공부를 해야하지?' 생각한다. 할게 너무 많아서 뭐를 먼저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독서실가서 생각해보자. 어제는 순공 5시간밖에 못했으니, 오늘은 7시간을 꼭 달성하도록 하자

 

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간다. 부모님은 아직 주무신다.

 

백수라 눈치보여서 부모님을 깨우기는 그렇고, 어제 남은 반찬으로 대충 먹는다.

 

약효가 돌아서 그러는 건지, 아침이라 입맛이 없는 건지, 그냥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뭐 어쩌겠냐, 억지로라도 먹긴 해야지.

 

저기 바나나가 보인다. 바나나 하나를 먹는다.

 

단백질 보충제도 물에 타서 꾸역꾸역 억지로 삼킨다.

 

식후땡으로 담배 한대를 태우고 잠시 침대에 눕는다. 10분정도 누우니 약빨이 제대로 왔다.

 

얼른 옷 갈아입고, 이불을 정리하고, 주섬주섬 책을 챙기고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다. 역시 집중이 잘된다. 약 먹길 잘했어!

 

3시간 쯤 후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아침을 대충 먹어서 그런지, 배에서 신호가 온다.

 

약효가 피크타임이라, 배고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배에서 신호가 온다는 것은, 몸이 배고파 한다는 것이다.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자꾸 나태해져서, 일부로 밖에서 사먹는다.

 

그런데 왠일? 식당이 닫았다.

 

아.. 오늘 일요일 이구나. 백수니까 요일도 모르고 산다.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다.

 

빨리 먹고 독서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답답한 독서실에서 잠시 생각한다.

 

 

나에게 최종면접의 기회가 3번 정도 있었다. 거만한 생각으로 취업이 될 줄 알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100%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라도 안하겠지.

 

결국 이렇게 거만한 생각으로 최종면접에서 모두 떨어졌다.

 

 

만약 그때 취업을 했다면, 나는 독서실이 아니라 일터에 있었겠지?

 

월급 받으면서, 부모님께 용돈 좀 드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게 너무 후회된다.

 

그리고 난 독서실에 있다.

 

답답하지만 어쩌겠나?

 

 

다시 공부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