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의 인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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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후기(바실)

성인 ADHD 약물치료 후기 72(콤플렉스)

Nomadic-Basil 2020. 6. 29. 00:24
Umbrella · Marié Dig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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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어

 

 

 

얼마전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대학생때는 매일 만나서 몰랐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자주 만나기 힘들다보니 되게 반가웠다.

 

밥도 먹고 카페에 가서 덩치 큰 남자 세명이서 대학교 썰을 풀면서 실컷 수다도 떨었다.

 

거의 2시간 동안 카페에서 신나게 얘기한듯 ㅎㅎㅎ

 

 

 

 

 

예전에 연애할 때는, 카페에서 여자친구하고 2시간 동안 얘기하는게 좀.. 지루했었는뎈ㅋㅋㅋ

 

아마 그때는 주로 여자친구의 하소연을 듣는 입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학교 친구들과 놀고 헤어지면서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그 1시간동안 대학시절을 돌이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새내기 때 설레는 마음으로 새터, OT , MT에 갔던 기억도 나고

 

미팅을 하면서 풋풋한 새내기스러운 연애를 했던 기억도 났다.

 

그리고 이 모든 대학시절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새내기 때는 21살이었는데.. 지금은 28살?... 근데 백수 엌ㅋㅋㅋㅋㅋ>

 

 

이런 회상을 하면서 포스팅 주제로 괜찮은 경험이 생각났다.

 

 

바로! 새내기 때 들었던 <글쓰기> 교양 과목에서의 경험이다.

 

글쓰기 과목은 필수과목이라 별로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듣게 됐다.

 

 

교수는 <백가흠> 이라는 분이셨다.

 

원래 직업은 소설가이고, 아마 겸임교수로 교양과목을 맡으셨던 듯 하다.

(국문과 친구에게 물어보니, 유명한 분이라더라...)

 

+ 이 교수님은 종종 "야! 너네 진짜 내가 누군지 몰라?..."라고 자주 물어보셨다 ㅋㅋㅋㅋㅋㅋㅋ

(나 유명한 소설가인데? 라는 속마음이었던 듯..)

 

문학에 관심이 없는 수강생들이 대다수였기에 진짜 다들 교수님을 몰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각설하고!

 

난 이 과목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달았다. 

 

심지어 수업도 재밌었다.

 

 

대학교에서 제작한 글쓰기 교재는 맞춤법, 사자성어같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었고 실생활에도 그닥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교수님도 교재를 쭉 훑어보더니

 

 

<야! 너네들 이런거 보면 공부가 하고 싶니? 딱 봐도 재미 없게 생겼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교수님은 교재를 쓰지 않고,

 

주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의 시사, 상식, 철학에 대해서 강의하셨다.

 

 

 

 

 

 

 

사실상 글쓰기 강의가 아니라 <알쓸신잡> 강의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바로 첫 수업이다.

 

 

첫 수업주제는 <콤플렉스>였다.

 

갑자기 교수님이 모든 학생들을 한명, 한명을 지목하면서 <너는 콤플렉스가 뭐니?> 라고 물어보셨다.

 

 

"남자친구랑 너무 자주 싸워요"

 

"다이어트요"

 

"학점이 낮아요" 등등.. 이런 대답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야!

 

 

 

그러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야! 너네들은 거짓말을 하는거야"

 

 

 

 

 

 

 

<콤플렉스는 입밖으로 꺼낼 수 없어. 너네들이 말할 수 없는게 콤플렉스야>라고 말씀하셨다.

 

 

 

 

 

강의 흡입력 1타.. 역시 배우신 분!

 

 

이 순간 나를 포함한 학생 모두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2~3초정도 강의실에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 이후 의식, 무의식 등 어려운 철학용어와 함께 콤플렉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7년전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시 나의 얘기로 돌아와서,

 

나는 내가 ADHD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극도로 다른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

 

 

누구는 시원하게 오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서 그런것은 아니고,

 

내 스스로 ADHD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묘한 <강한 자기부정>이 그 이유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콤플렉스는 <ADHD>이겠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콤플렉스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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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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